품질 떨어짐에도 제품 가격에 매력 느껴
중국 로봇 공세에 HD현대 등 반덤핑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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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쿠카 산업용 로봇. [쿠카 홈페이지 캡쳐]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산 산업용 로봇 수입액이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한화와 HD현대, 두산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제품 선전에 비상이 걸렸다.
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산 산업용 로봇(협동로봇 포함)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5717만달러(약 832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10년래(2015~2024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전년도(4025만달러)와 비교하면 42%나 늘었다.
중국산 산업용 로봇 수요가 늘어나자 국내 로봇 시장에서의 수입산 점유율도 2021년 75%에서 지난해 80%대까지 확대됐다.
중국 로봇은 한국 제품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우리나라 로봇과 달리 단순 업무만 할 수 있는 것이다. AS 센터가 부족해 제품 고장 발생 시 구매 기업들은 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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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 명확함에도 중국산 산업용 로봇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서다. 1대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 한국 산업용 로봇과 달리 중국 산업용 로봇 가격은 국내 제품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고정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싼 중국 제품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워낙 싼 만큼 고장이 나더라도 중국 제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것이 우리나라 제품을 한 번 쓰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고객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불황도 우리나라에 중국산 로봇이 쏟아진 원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경기 부진 여파로 중국 로봇 시장이 위축되자, 중국 기업들이 남은 재고를 한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화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들은 중국 로봇 인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협동로봇 기업인 한화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는 전체 매출의 약 30%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HD현대로보틱스의 국내 매출 비중은 6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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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왼쪽부터)과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각 사 제공] |
국내 로봇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국 로봇의 저가 공세는 국내 기업에 향후 더 큰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조 기업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인건비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자동화가 어렵다는 조선소 현장에서조차 로봇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생산시설에서 중국 로봇이 늘어나면 한국 로봇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기감이 커지자 HD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한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5개사는 지난달 중국은 물론 일본 업체가 생산한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서를 산업통장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했다. 무역위원회는 예비조사 등을 거친 후 반덤핑 과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가 계속된다면 국내 로봇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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