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는 왜 ‘태권V’를 팔았을까 [언박싱]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TASTE THE FUN(재미를 맛보다).” 고객에게 맛과 재미를 동시에 주기 위해 롯데리아가 내건 슬로건입니다.

10년 전 롯데리아는 매장 앞에 2.2m 크기의 태권V를 설치했습니다. 궁금증에 입소문은 빠르게 펴졌다고 합니다. 이런 재미 요소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리아를 찾은 손님이 햄버거 대신 “포켓몬 키링 남았나요?”라고 묻는 것도 이제 어색한 모습이 아니죠.

매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만은 아닙니다. 소장 가치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추억을 선물하려는 노력이죠. 롯데리아는 왜 이렇게 ‘재미’에 집착했을까요?

[롯데GRS 제공]


14개 관절이 제각각, 롯데리아 ‘태권V’


롯데리아의 굿즈 중에서 파격적인 제품은 ‘태권V’였습니다. 첫 등장은 2015년이었습니다. 당시 제품은 태권 당수를 날리거나 발차기를 하는 등 고정된 자세였습니다. 2년 뒤에 등장한 제품은 크기가 3배 이상 커졌습니다. 만화의 비율을 그대로 구현했지만, 여전히 자세 변화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이 많았죠.

롯데리아는 두 달 뒤에 ‘태권V’ 3탄을 선보입니다. 이전 제품보다 크기는 10㎝ 줄었지만, 팔과 다리가 움직였습니다. 피규어에 포함된 관절은 무려 14개였답니다. 디테일을 살린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 제품은 1주일 만에 입고량의 70%가 소진됐고, 곧 완판됐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당시 롯데리아의 ‘태권V’ 피규어는 여전히 중고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소장가치가 높아진거죠. 당시 롯데리아 햄버거 판촉담당 매니저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끼워팔기 목적이 아니었다”면서 “피규어 하나도 정성껏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롯데GRS 제공]


스노우볼 속 포켓몬이 어떻게 있을까…디테일 집중


롯데리아는 다음 피규어로 ‘포켓몬스터’을 낙점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인이 된 1990년대생들과 만화를 즐기는 어린이까지 동시에 공략하는 필살기였죠.

문제는 포켓몬의 판권이었습니다. 해당 판권을 가진 라이선스사와 정식으로 계약해야 굿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죠. 특히 포켓몬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는 저작권 문제에 더 민감했습니다. 롯데리아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포켓몬코리아를 3번 이상 찾아 겨우 계약을 성사했다고 하네요.

역시 핵심은 ‘디테일’에 있었습니다. 포켓몬 캐릭터 중 하나인 ‘블래키’를 스노우볼에 넣을 때 블래키의 위치와 시선, 눈매까지 신경을 썼답니다. 롯데리아는 블래키가 서 있길 원했지만, 제작사는 캐릭터 특징에 맞게 앉은 모습을 고수해 조율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결국 블래키는 앉은 모습으로 나왔고, 굿즈는 성공작이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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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는 지금도 ‘포켓몬’ 굿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포켓몬 키링 굿즈’는 오픈런까지 이어졌습니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난다네요. 특히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백꾸(가방꾸미기)’가 유행하면서 이 굿즈가 ‘핫템’이 됐다고 합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리아에서 판매하는 포켓몬 키링을 “구하는데 성공했다”거나 “모두 모았다”는 인증글도 쏟아집니다. 포켓몬을 ‘랜덤’으로 증정해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정도의 인기, 햄버거 브랜드 맞나요?

햄버거에도 재미를, 햄버거 브랜드니까!


[롯데GRS 제공]


롯데리아는 본업인 ‘햄버거’에도 재미 요소를 넣었습니다. ‘전주비빔라이스버거’, ‘오징어얼라이브버거’ 등 한정판으로 선보인 메뉴가 대표적입니다.

전주비빔라이스버거는 단종된 제품을 리뉴얼한 제품입니다. 출시 당시에는 과거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인 ‘라이스버거’의 부활로 주목받았습니다. 1999년에 선보인 라이스버거는 햄버거의 빵을 쌀로 만들었답니다. 인기가 많아 ‘김치 라이스버거’, ‘새우 라이스버거’ 등 파생 제품까지 등장했죠. 다른 측면에서 보면 ‘봉구스 밥버거’의 원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라이스버거는 2000년대 초반 웰빙 열풍으로 건강한 음식을 원하는 이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빵 대신 밥을 선호하는 노년층도 라이스버거를 택했다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라이스버거는 2016년 영업이익률 개선을 이유로 메뉴판에서 빠지게 됩니다. 이후 롯데리아는 “라이스버거를 살려내라”는 소비자 요청을 끊임없이 받았다고 합니다. 라이스버거는 롯데리아가 2019년 진행한 레전드 버거 투표에서도 오징어버거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롯데GRS 제공]


[유튜브 침착맨 캡처]


‘왕돈까스버거’가 등장했을 때는 ‘무근본 마케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습니다. 유튜버 침착맨이 롯데리아 햄버거를 두고 “무근본이 롯데리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롯데리아의 마케팅 전략을 평가한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성인 손바닥 크기의 돈까스 패티를 사용한 것 자체가 발상을 뒤집는 도전이었다느 평이죠.

최근에는 셰프들과 협업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협업한 ‘불고기 포텐버거’와 ‘통새우크런KIM버거’도 인기였죠.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서 우승한 ‘나폴리맛피아’ 권성준 셰프도 손을 잡았습니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모짜렐라 인 더버거’를 변신시켰죠. 반응도 뜨겁습니다. 출시 첫날 목표 판매량의 약 230%를 달성했죠. 일주일 동안 45만개가 팔렸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하네요.

펀슈머 전략 통했네…매출도 ‘쑥’


[롯데GRS 제공]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70~80%가 롯데리아에서 나올 정도니까요.

롯데GRS 매출액은 2010년대 중반 1조원을 넘어섰으나, 2020년 코로나19 당시 6635억원까지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7814억원, 2023년 9242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7년 만에 1조원 클럽에 재입성할 수도 있답니다. ‘펀슈머(Fun+Consumer)’ 트렌드가 실적으로 이어진 성공사례가 된 것이죠.

롯데리아는 올해도 ‘TASTE THE FUN’ 슬로건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유명 캐릭터, 온라인 게임까지 협업의 폭도 넓힌다고 합니다. 캠핑, 별다꾸 트렌드에 맞춰 랜턴, 키링, 디오라마 등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굿즈가 얼마나 많이 팔릴까요? 즐거운 기다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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