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 인도의 기회와 도전 [아딧야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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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47대 대통령 재선은 강대국 경쟁 심화와 해외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다시 초점을 맞추는 국면을 예고한다. 트럼프식 리더십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대담한 발언뿐만 아니라 보복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고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인도태평양 및 남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판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 안에서 트럼프의 거래중심적 외교, 자국우선주의, 중국에 대한 대립적 접근 등은 향후 수년간 무역 정책, 안보 협약, 외교 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순안보 제공자(net security provider)로서 인도의 부상은 미국의 전략적 사고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아왔다. 2009년부터 줄곧 미 행정부는 해적 퇴치 작전, 인도주의적 지원, 더 폭넓게는 해상 영역 감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내 안정에 기여하는 인도의 능력을 인정해왔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인도 간 보다 견고한 방위 관계 및 심도 있는 전략적 협력이 촉진됐다.

미국 정권이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그 뒤에 바이든으로 교체되는 와중에도 인도와의 방위 협력 강화 흐름은 계속 유지됐다. 트럼프 1기 당시 많은 지역 중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점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고, 이는 인도의 안보적 역할이 중국의 야망을 견제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미국 내 인식을 강화시켰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같은 다자간 협력 체계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도를 핵심 파트너로 다시금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인해 일부 국가의 팽창주의적 야망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은 균형추 역할을 해줄 인도를 다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 군사 훈련, 방위 기술 공유, 해군 시설에 대한 상호 접근권 등 특정 협력 분야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비용 분담 기조는 역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인도의 포부와 맞아떨어진다. 미 행정부는 현장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보다 인도에 최첨단 역량, 정보 공유, 맞춤형 지원 등을 제공함으로써 자국의 군사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인도의 방어 태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도 간 경제 관계 또한 트럼프 재임 중 계속 변화할 전망이다. 중국을 공급망으로부터 분리하려는 트럼프의 기조 아래 인도는 기술, 반도체, 첨단 제조,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2기에는 양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핵심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제조업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자국의 성장하는 기술 분야 및 인구학적 이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인도-미국 간 기술 관계에서 최근 떠오르는 이슈는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바이든 정부의 결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해당 기술을 오직 20개 핵심 동맹국에만 제공하고, 인도를 포함한 나머지 120여개국에는 엄격한 수출 한도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의 AI 패권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같은 미국 기업에서 개발한 GPU에 인도가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도 안에는 견조한 국산 반도체 제조 산업이 부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제한 조치가 실행된다면 인도의 AI 발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반면, 인도는 자국의 반도체 설계 역량,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분야,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관계 등을 활용해 협상에서 면제 조항이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국제 자본 비용의 증가다. 미국의 재정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국제 자본 비용은 상호연결된 국제 금융 시장의 특성상 인도에 굉장히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트럼프가 제안했던 재정 정책은 미국 연방 부채를 향후 10년간 7조8000억 달러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현재 예상치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무위험지표금리의 국제 표준인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금융 시장 및 투자 패턴이 국제 자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흥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는 인도도 해당된다.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신흥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을 유발한다. 실제로 지난 두 달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3.6%에서 4.4%로 상승하며 전 세계적인 자본 유출을 촉발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인 인도는 이와 비슷한 추세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자본 유출이 인도의 채권 수익률과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하며 정부와 민간 부문의 차입 비용을 모두 증가시킨 것이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인도의 자본 유치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평가절하도 심화시켜, 결국 수입형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자본 형성의 둔화 또한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아메드 등(2017)의 연구에 따르면, 미 국채 수익률이 100bp(1bp=0.01%포인트) 상승하면 신흥 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이 국내총생산(GDP)의 0.3~0.5% 감소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이미 자본 형성 비율이 2013 회계연도 GDP의 34.3%에서 2023 회계연도 30.7%로 둔화된 상황에서 해외 자본 유입이 추가적으로 감소한다면 인도 정부의 인프라 건설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무역 분야와 관련해 트럼프 1기 중 미국은 보호주의 정책을 추구하며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따른 인도 우대 조치를 철폐하고 철강, 알루미늄 등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것이 인도의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장애물에도 인도의 수출 분야는 뛰어난 회복력을 보였다. 실제로 2020-21 회계연도에 대미 철강 수출은 44.7% 증가했고, 2020-21년 기준 전체 무역 흑자는 초기 감소 이후 미화 227억달러까지 반등했다. 이는 인도가 제품 라인을 다각화하고, 추가 비용을 흡수하며, 미국 공급망 변화의 이점을 활용해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인도는 신발, 광물, 화학, 기계 분야에서 자국의 입증된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 2023 회계연도에 신발 수출은 8%, 광물 수출은 무려 33% 증가하였다. 금속, 광물, 신발, 섬유 분야에서 인도의 공개비교우위(RCA)는 1보다 큰 수치를 유지하며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또한, 공급망 재조정과 지정학적 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제약, 섬유, 전자 부문에서 인도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추이 모두 시장 다각화, 비용 경쟁력,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등에 근거한 인도의 무역 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트럼프 2기는 인도와 남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강화된 방위, 무역 및 기술 협력과 중국 견제를 향한 더욱 긴밀한 공조는 인도-미국 간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유망한 틀을 제공한다. 한편 트럼프의 거래 중심 외교와 협상 중단에 대비한 관세 및 제재 조치를 이해하기 위해 인도는 자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 간 균형을 신중히 맞춰야 할 것이다.

인도가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수요 또한 능숙하게 관리한다면, 역내 질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남아시아의 나머지 국가들은 특히 경제개발 및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선택적 관여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다. 소규모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 태세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트럼프가 가져올 이러한 모든 불확실성에도 트럼프 2기에는 인도태평양 정책이 전반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정책 하에 미국과 인도가 역내 안정 및 안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관계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제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며, 포괄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인도의 역량은 트럼프 2기의 성과 및 난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아딧야 신하는 누구

인도 정부 총리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특별 임무 담당관을 맡고 있다. 재정 정책, AI 규제, 경제 개혁 등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도 뿐만 아니라 주요국 플랫폼에 500개 이상의 칼럼을 쓴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글로벌사우스의 강력한 옹호자로, 신흥경제국의 고유한 과제와 열망을 다루는 균형잡힌 포용적인 정책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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