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겪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유물 다른 박물관으로 옮긴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송
유물 이송에 한 달 걸려…10월 재개관 차질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 1일 화재 사고를 겪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1층 수장고에 남아있는 유물을 모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분산해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불에 타거나 피해를 본 유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유물이 보관된 수장고는 별도의 공조 시설이 가동 중이었고, 박물관 측은 화재 발생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요 유물 257점을 인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겼다.

박물관 측은 “다음 주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유물을 옮길 예정”이라며 “4일에는 소방당국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한글과 관련한 문헌 자료 등 약 8만9000점을 소장·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인석보 권9, 10’과 ‘정조 한글어찰첩’·‘청구영언’ 등 9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고 ‘삼강행실도(언해)’ 등 4건은 시도유형문화유산이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 관계자들이 수장고에서 꺼낸 문화재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


9만점에 이르는 유물을 다 옮기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박물관 재개관 일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재개관 시점에 대해 “어려울 것 같다”면서 “(공사로 인한) 휴관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건물 1∼4층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날 3층에서 시작한 불이 4층으로 번지면서 두 층 모두 전소됐다. 불은 약 7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자르기 위해 용접 작업을 하다가 불티가 튀어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 등을 놓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관람객이나 문화유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소방대원 1명이 다쳤다. 또, 박물관 안에 있던 작업자 2명이 구조됐고 4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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