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판사 ‘화교’라며?”…악의적 음모론 퍼트리는 지지자들

尹 재판 본격화하면서 극우 선동도 선 넘어
“헌법재판 권위와 독립성 흔들어…매우 위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입장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법원 안팎에서 판사들을 향한 조직적 위협과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사법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층은 내란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 등을 상대로 근거 없는 음모론 공격을 벌이고 있다.

“화교 판사” “전라도 판사”…인종·지역차별적인 거짓말 난무


윤 대통령 지지자인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름부터 수상한 지귀연 판사는 누구인가?’라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지 부장판사가 31기라는 점을 들어 “우리 한성진이 30기잖아요. 그 다음에 신진우 부장 이런 분들이 32기인데 (지 부장판사는) 그 사이 31기라 기수도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한성진·신진우 부장판사는 각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수원지방법원 형사 11부를 담당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을 맡아 왔다.

그 전후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 커뮤니티와 온라인 뉴스 댓글에는 지 부장판사를 두고 “이름을 보니 화교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판사를 하고 있다” “전라도 출신이다”는 등 심각한 수준의 인종차별적이고 지역차별적인 거짓말이 퍼졌다.

지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개원중·개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 41회로 합격한 뒤 공군 법무관으로도 복무했다. 한성진·신진우 부장판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와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을 담당해 왔다. 다만, 신 부장판사는 최근 단행된 대법원 인사에서 오는 24일자로 수원고등법원 소속 고법판사로 자리를 옮긴다.

한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이 대표에 징역형을 선고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을 담당하는 신 부장판사는 이 대표 측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며 질타한 바 있다.

폭언으로 시작해 법원 난동 사태로…“헌법재판 권위와 독립성 흔드는 것”


사법부를 향한 겁박은 윤 대통령 사법 절차 개시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한남동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부숴야 한다”, “이순형 빨갱이 XX” 등 욕설을 뱉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건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8기)다. 이 부장판사는 33시간가량의 장고 끝에 영장을 발부했다.

또한 구속영장 발부는 법원 난동 사태로 이어졌다. 19일 새벽 3시쯤 차은경 서부지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30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건물을 습격해 난동을 부렸다. 몇몇은 판사실이 있는 7층으로 향해 차 부장판사 이름을 외치며 위협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재판관 공격으로 사법부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김선택(고려대)·이헌환(아주대)·전광석(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일 “정당하게 임명된 재판관들을 부당한 사유로 근거 없이 공격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권위와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부작위 사건을 먼저 심리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입장문에서다.

김선택 교수는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며 “지속적인 공격으로 사법부가 재판을 못하게 되면, 분쟁이 발생해도 평화적 해결이 어려운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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