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차질없나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결과 주목
종합등급 하락, 무산 요인 안돼
이복현 “경영평가 이달 금융위 송부”
금융위 “부실정리 계획 토대 결정”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20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을 적발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 인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확장의 ‘승부수’로 삼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2023년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한 핵심 열쇠로 이번 인수가 꼽히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지분 인수를 결의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 75.34%, 100%를 각각 1조2840억원, 265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 가액은 1조5494억원이다. 지난달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인수 심사를 위탁해 둔 상황이다. 관건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다. 이번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지 촉각이 모아진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회사를 편입하기 위해서는 경영상태가 양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호한 경영상태의 기준 중 하나로 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금감원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 건전성을 5단계로 나눠 종합평가등급을 매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종합검사에 2등급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추가 부당대출과 별도의 고위 임직원 1600억원대 부당대출이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에 종합평가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부터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비중도 기존 5.3%에서 15%로 높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정기검사를 토대로 빠르게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할 계획이다. 규정상 금융위는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60일 이내에 정해야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 경영평가를 이달 내 금융위에 송부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심사의 한 항목으로 돼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가)심사를 해야 한다”며 “제재 관련 추가 조치 등과 분리해 경영실태평가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정기 검사 결과와 관련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등급으로 내려갈 경우에도 당장 인수 무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제10조에 따르면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정리 등으로 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에는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 건의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 있다”며 “만약 3등급이 나오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우리금융이 계획을 제출하면 그걸 토대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