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2월 국회서 처리돼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촉구 당정협의회
中 996문화 등 해외 사례 소개…“韓은 경직”
전날 민주당 토론회엔 “이재명식 두길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제도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 필요성을 4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주재로 전날 개최된 더불어민주당의 토론회에서 대해 “이재명식 두길보기”라고 비판하며 결단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재명 대표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반드시 2월 중에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전략산업으로 여기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국은 국가적 정책 지원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초(超)경쟁체제에 돌입했다”라며 “연구·개발(R&D)과 생산이 24시간, 365일 지속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산업”이라고 이번 특례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저비용·고성능 모델에 대해서도 “R&D 연구진들의 노력과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테크업계의 연구·개발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뜻하는 ‘996문화’가 일반적이며, 법정 근로시간이 있지만 노사합의로 탄력적 연장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또 “세계 시가총액 1위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도 고강도 근무 문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새벽 1~2시 근무, 주 7일 연속 근무 사례가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블룸버그 보도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라며 “파격적 보상 체계와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란 제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득 R&D 인력에 대한 근로 특례를 도입한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대만 TSMC의 주 70시간 근무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주 52시간제의 경직된 운영으로 반도체 산업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라며 “이대로라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의 반도체 특별법 정책 토론회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실용주의 코스프레는 하고 싶고, 민주노총의 눈치는 봐야 하니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결론을 내지 않았다”라며 “과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에서 봤던 이재명식 두길보기에 매우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어제의 맹탕 토론회는 입법 권력을 독점한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계를 향해 해줄까, 말까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본인은 중재자 이미지를 얻고, 욕먹는 것은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에게 떠넘기는 기만적 역할극은 금투세 한 번으로 충분하다”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제도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여야 실무 협상을 주도하는 김상훈 정책위 의장도 이날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 쉬는 연구 인력들의 연구 행태를 주 52시간제가 담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안을 대표발의한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할 듯 떠들더니, 결국은 결론을 아직 못냈다고 한다”라며 “입으로만 실용,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스러운 허망한 결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얘기하는 실용과 민생이 공상·허언이 아니라면 미래 먹거리 법안들의 발목 잡기를 멈추고 하루라도 빨리 법안 통과에 협조하라”라며 제11차 전력기획 수급안도 처리 역시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특례 도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은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반도체 기업만 근로시간 규제라는 돌덩이를 안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 규정을 국회에서 적극 협의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야 합의로 반도체 특별법을 원안 처리해주신다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고 성과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시행에 차질 없이 모든 준비를 다해 우리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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