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데이터센터향 제품 의존도 낮아”
“에너지 전환 등으로 전력수요 폭증 불가피”
![]() |
딥시크. [로이터]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세계 전력인프라 시장이 초호황을 맞은 가운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이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딥시크가 ‘가성비 AI 모델’을 선보이며, 미래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이 크게 줄 수 있단 점에서다. 다만 국내 업체들은 딥시크가 미칠 장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2조7701억원, 영업이익은 1조42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에선 효성중공업의 건설 부문 매출을 제외해도 3사의 합산 연간 매출액이 10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의 호실적은 세계 전력 인프라 신규·교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기인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딥시크가 자체 개발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앞으로는 AI를 위한 전력이 덜 필요할 수도 있단 관측에 전력기기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랐다.
다만 이같은 관측에 국내 업체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AI 열풍에 데이터센터용 제품 매출 비중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은 사실이나, 당장 딥시크 충격이 실적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은 미미하단 분석이다. 현재의 초고압 전력기기 업황 개선은 공급 부족 영향이 가장 컸다. 한 업체 관계자는 “딥시크와 관련해선 현업에서 북미 시장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사업구조상 초고압, 송전 부문에 특화돼 있으며, 전력 부문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글로벌 전력기업 이튼(Eaton) 등과 달리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사의 작년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매출 비중 5%를 넘긴 주요 매출처는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기업이 대부분이다.
![]() |
LS일렉트릭 부산 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초고압 변압기 [LS일렉트릭 제공] |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수요 외에도 에너지 전환 등으로 전력 수요 폭증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력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전세계 전력망 관련 투자가 390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고 스마트빌딩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전기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EA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2030년까지 전세계 신차 판매량의 전기차 비중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전력기기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제조업 활성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점도 수요 확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등을 고려해) 미국 현지에 짓는 공장이 늘어나는 점도 전력 수요 급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IEA에 따르면 소득 증가 및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2035년까지전세계 냉방 수요는 1200테라와트시(TWh)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일각에선 AI의 사용 효율성이 개선되면 오히려 AI 시장의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제본스의 역설’도 제기하고 있다. 딥시크의 저비용 AI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 기업과 개인의 AI 활용이 늘어, 결국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향 제품에 대한 전망의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전력 수요는 이미 폭증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의존이 크지 않다보니 딥시크 쇼크란 것은 실체가 흐릿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AI 및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수요 추이에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고품질 AI 서비스 제공을 위한 AI 데이터센터 확충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인프라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