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농협은행서 부당대출 3875억 적발

금감원 ‘2024년 주요 지주·은행 검사’
우리 2334억·국민 892억·농협 649억
최악 내수에도 은행들 도덕적 해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이 약 40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380억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와 별도로 금융사고 금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만 260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최악의 내수 침체로 서민 고통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상생금융에 앞장서야 할 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에 실패하고 도덕적해이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16면

금감원은 2024년 주요 지주·은행 등을 검사한 결과 우리·국민·농협 등 3개 은행에서 총 482건,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일단 우리은행에서는 정기검사를 통해 기존에 확인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발견했다. 총 730억원 중 451억원이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이 연루된 또다른 부당대출도 1604억원으로 확인됐다. 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 등 총 27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금감원은 봤다. 현재 76.6%인 1229억원이 부실화된 상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영업점 부당대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은행 직원이 브로커 등과 공모하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품·향응을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국민은행이 총 291건, 892억원의 부당대출을 내줬고 농협은행의 경우 부당대출 총 90건, 649억원을 취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사익의 도구로 삼아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고,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다.

금감원 조사로 적발된 것 외에 금융기관 신고로 파악된 금융사고도 지난해 급증했다. 지난해 1~9월 전 금융권에서 총 111건, 2598억원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 2023년 같은 기간 90건, 1210억원 대비 금액은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는 금감원 검사에서 적출된 금융사고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검사 결과까지 고려하면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새로 도입된 책무구조도 안착과 여신·금융사고 관련 프로세스 강화, 내부통제 혁신방안 점검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와 함께 감독당국의 체계적 감독방안이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은 우리·KB·NH금융과 신한금융투자, 토스뱅크 등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자본비율 산출 오류 및 건전성 관리 부실 ▷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 소홀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통한 계열사 우회지원 등의 불건전 업무행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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