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가상자산 이어 반도체법까지
“자유민주진영” 언급 韓日 공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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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국회(임시회) 개회식 및 본회의에서 참석해 김민석 의원과 박수를 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저는 노동계에 가깝지만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지 않겠나. 결코 버릴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고, 지금은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달라졌다. 각 분야에서 자신이 강조해 온 가치를 바탕으로 구축했던 정책 기조를 뒤집고 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분배보다 ‘친(親)기업적 성장’의 필요성을, 외교·안보 측면에선 ‘자유민주진영’의 협력을 강조하며 우클릭을 거듭하고 있다. 0.73% 포인트(p) 차로 석패했던 지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도전하는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확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반도체특별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주재한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규정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내 여론을 수렴 중이다.
앞서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반대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연이어 결정했던 이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표의 친기업적 행보 흐름을 고려했을 때 노동계가 반대하는 주 52시간 근로 예외 규정에서도 경영계 측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중요 산업의 R&D(연구개발) 영역의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몰아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표 정책 의제인 ‘기본사회’도 재검토에 나섰다. 기본사회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강령 전문에 명시되면서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어로도 인식돼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서라면 전 국민에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지원금’ 정책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성장발전의 공간을 만들어서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야말로 실현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적 성장의 길”이라며 ‘공정성장’이라는 정책 의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당시 회견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총 11번 언급했다.
외교·안보 측면에선 통상 보수 정치인의 언어로 인식돼온 “자유민주진영”이라는 표현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대국민 성명발표를 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일관되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해 주시는 미국과 우방 국가들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며 “우리는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성장과 발전의 혜택을 누렸고 이제 그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 대표는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와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의 예방 자리에서도 자유민주진영을 거듭 언급하며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표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한·미·일 간 협력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지난 2022년 10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강하게 비판했던 과거의 발언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대표는 당시 “일본을 끌어들여 훈련하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