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 2020년 무역협상 복원 검토”
EU는 보복관세·에너지 수입 유화책 고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두고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 간 유예키로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내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중국은 2020년 미·중 무역합의 복원 등 협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에 대해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나라에 펜타닐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개입하고 있는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0% 관세 부과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 “대(對)중국 관세는 개시 사격”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면 중국 관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중국도 무역 협상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기술 제한을 막기 위해 협상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5년 전 미·중 무역협상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0년 1월 미국과 중국은 미국이 조건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중국은 2020년부터 2년간 미국에서 2000억 달러(약 293조원)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중국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또한 해당 관계자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등 기술 부문 대미 투자를 늘리고,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5년 전 무역협상은 트럼프 2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지명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협상을 언급하며 “구매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4년간 지키지 않은 구매량까지 채우라고 독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협상 방안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해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방안(틱톡을 금지하지 않는 대신 틱톡 미국 지분 매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WSJ은 전했다.
WSJ은 미국과 중국 모두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약했던 60%의 고율 관세 대신 10% 추가 관세만 부과했기에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당국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FT는 “협상이 실패해 트럼프 행정부가 EU에 대한 관세를 밀어붙인다면 EU가 50%의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EU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더 많은 미국 상품을 수입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협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 지출을 요구하는 점을 수용해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텔레그래프는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미 행정부가 EU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유럽연합에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적용될 것”이라고 또 다른 관세 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해당 소식통은 “아직 폭넓은 합의는 없지만, 일부는 EU에 10% 관세를 매기기를 원한다”며 “모든 EU 수입품에 부과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