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성장 전망치 반영안해
미·중 무역 갈등에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p(포인트) 하락해 경제성장률이 1.5%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3개국 대상 관세 조치 중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부과는 한 달 연기됐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는 유예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만약 미·중 관계가 완전히 악화해 관세 전쟁 수준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제전망에서 미국과 중국 등의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 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단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 25%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각국이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대(對)멕시코와 캐나다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중국에 대해선 새로운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만약 조만간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실제로 관세 부과가 실시되고,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
한은의 기존 전망엔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 동결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애초 전망했던 1.9%가 아닌 1.6~1.7%로 가정한 사실을 최근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의 경기 하방 효과를 0.2%포인트 정도로 판단했으며,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위험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수준 정도만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25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5%나 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5%에서 1.4%로 낮췄고, JP모건도 1.3%에서 1.2%로 내렸다. 연구 전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1%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한국의 GDP는 0.22~0.44%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며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