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올림픽 ‘검은 9월단’ 인질극 배경
ABC 스포츠팀의 생중계 막전막후 다뤄
![]() |
영화 ‘9월 5일:위험한 특종’ 스틸컷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저널리즘 교본이 될 만한 작품일까. 5일 개봉하는 영화 ‘9월5일: 위험한 특종’(이하 특종)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의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사건을 생중계한 미국 ABC방송국의 스포츠팀 내부의 막전막후에 주목한다.
‘특종’은 할리우드의 웰메이드 저널리즘 영화로 평가받는 ‘스포트라이트’(2015)와는 조금 다른 결의 저널리즘 영화다.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톤글로브>지의 ‘펜 기자’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탐사보도를 통해 가톨릭 아동 성범죄 논란을 보도하며 저널리즘이 지닌 순기능에만 집중해 보여줬다. 반면 ‘특종’은
이미 뮌헨 올림픽 참사의 전말을 알고 보는 영화라 ‘스포일러’가 따로 없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 스태프 4명, 총 11명은 모두 사망했다.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는 선수촌, 인질, 테러리스트들의 모습을 자세히 조명하지 않는다. 주 무대는 방송국 컨트롤룸이다. 이 안에서 여러대의 카메라와 앵커, 현장기자를 마에스트로처럼 지휘하고, 스포츠팀의 특종을 빼앗으려는 보도국과 결판을 내고, 타 방송사와 위성 사용을 두고 영리한 사업가처럼 설득해야 한다.
![]() |
영화 ‘9월5일:위험한 특종’ 스틸컷 |
스포츠팀 부문장인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 분)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정상적으로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던 당시엔 시청률 지상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시합에서 우승한 유대계 선수에게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한복판에서 금메달을 딴 기분’을 물어보라”고 거침없이 지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나선 선수촌에 카메라부터 들이대려는 기자에게, 인질의 신원과 스토리를 조사하고 난 뒤에 카메라를 켜라고 저널리즘 원론에 가까운 가이드라인을 세운다.
당시 생방송이 가능한 유일한 방송사로서 ‘과연 지금 벌어지는 인질극을 생중계하는 것이 옳느냐’는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인질을 처형하는 검은 9월단의 모습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생중계하면 이것은 ‘테러리스트들을 위한 기록 영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 내부 비판이 여기서 나온다. 이에 지휘부는 그런 장면이 나오면 앵글을 바꾸겠다고 타협한다.
문제는 다른데서 터졌다. 검은 9월단 테러리스트들도 선수촌 아파트에 설치된 컬러텔레비전으로 ABC의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ABC가 독일 경찰의 옥상 투입 작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바람에 초기 인질구출이 수포로 돌아갔다. 인질 전원 사망이란 결과를 두고 비난의 화살을 기어코 돌리자면 경찰 작전을 생중계한 기자들에게 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인질 전원 사망이란 속보를 전하고 컨트롤룸의 전원을 내리고 퇴근하는 기자들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패잔병의 모습이다. 집요할 정도의 팩트체크, 수많은 가치판단 논쟁,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잠입해 생생한 영상을 따오고 숨도 못쉬고 방송을 이어갔지만…과연 옳은 일을 한 것일까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교훈적인 저널리즘 영화인 ‘특종’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TV시리즈로 따지면 아론 소킨이 각본한 HBO의 ‘뉴스룸’(2012~2014)과 비슷한 분위기다. 퇴근하는 차안에서 허망한 눈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총괄 프로듀서(CP) 제프 메이슨(존 마가로 분)과 함께 영화는 관객들을 역시 그들 삶의 전장으로 돌려보낸다. 우리가 다하는 최선이 때론 가장 바라지 않았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