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최태원 만난 샘 올트먼 “원더풀”

35분간 회동…AI 산업 미래 논의
SK AI·반도체 최고경영진 총출동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만나


최태원(앞줄 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앞줄 가운데)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한영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전격 회동을 갖고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이 올트먼 CEO를 다시 만난 건 8개월 만이다. 이날 회동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 등 그룹의 AI·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들이 모두 배석했다.

이날 회동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주최하는 워크숍 ‘빌더 랩’이 열리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이뤄졌다. 빌더 랩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다. 이날 회동은 오전 9시 45분부터 10시 20분까지 약 35분간 진행됐는데, 미팅이 끝난 후 ‘오늘 만남이 어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올트먼 CEO는 “원더풀(wonderful·대단했다)”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월 방한한 올트먼 CEO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난 바 있다. 같은 해 6월 미국 출장 당시에도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만나 급변하는 AI 기술, AI 산업의 미래 등에 의견을 나눴다.

이후 세번째로 이어진 이날 회동에서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화두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맞춤용 AI 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반도체에는 메모리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CES 2025’에서도 HBM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 이런 정도의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약간의 역전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제 가서 뒤집힐지 모르지만 헤드 투 헤드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 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나온 전체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CEO 세미나’ 폐회사에서도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진행 중인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금은 AI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람 등 기본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필요한 걸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남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AI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AI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는 AI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는 HBM3E 16단을 개발하고 있다. AI 반도체에 적용되는 HBM은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적용된 AI 데이터센터를 선보였다. SKC는 반도체 소재인 글라스 기판의 연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는 “AI 반도체 기술,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역량, 에너지 솔루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은 AI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따로 또 같이’ 정신 아래 SK의 각 멤버사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제공하면 AI 밸류체인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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