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쪼이면 자유자재 변신…트랜스포머 마이크로로봇 등장

- GIST, 변형 가능한 수화젤 기술 개발
- 퍼즐 맞추고 물체 잡는 정밀한 동작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빛과 DNA 가교제를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수화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수화젤은 특히 마이크로 로보틱스에 사용될 수 있어 스마트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신소재공학과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빛(LED를 이용한 자외선(UV)과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 및 반복 재구성이 가능한 마이크로 수화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수화젤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로봇 팔은 마이크로 사이즈의 퍼즐을 움직여 맞추고, 물체를 잡는 등 마이크로 로봇*의 동작을 구현하여 정밀한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물과 상호작용하여 부피가 늘어나는 고분자 물질인 수화젤(하이드로젤)은 빛과 온도, 수소이온농도(pH)와 같은 외부 자극과 환경에 반응하여 부피가 변하는 등 모양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다.

기존 모양 변형 수화젤은 서로 다른 반응 특성을 갖는 여러 재료를 결합하여 구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나 위치, 방향, 정도 등 단일 모양으로 고정되어 다채로운 변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온도나 pH에 반응하는 수화젤을 사용할 경우, 변형 및 온도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며, 모양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용액을 교체하여 pH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반응성 마이크로 수화젤은 패턴화된 빛을 이용하여 원하는 영역에서의 팽창·수축 조절을 통해 자유롭게 모양 변형이 가능하다.

또한 이번 연구에 사용된 DNA 가교제는 광반응성 이성질체인 아조벤젠(Azobenzene)을 포함하고 있어 빛의 파장에 따라 DNA의 결합과 분리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을 쪼이면 아조벤젠은 Trans 구조*를 가지며 DNA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GIST 연구진. 최영재(왼쪽부터) 교수, 박성준 석사과정 학생, 노준호 석사과정 학생, 김회성 석박통합과정 학생, 최은진 박사.[GIST 제공]


반대로 자외선(UV)을 쪼이면 아조벤젠은 Cis 구조를 가지며 공간적으로 DNA 염기쌍 사이의 수소결합을 방해하여 DNA의 분리를 유발한다. 따라서 가시광선 아래에서는 DNA 가닥의 연쇄적인 결합을 통해 가교제의 길이가 증가하여 수화젤이 팽창하고 UV 아래에서는 결합된 DNA 가닥이 분리되며 가교제의 길이가 짧아지고 수화젤이 수축한다.

막대 모양 수화젤의 특정 영역에 패턴화된 UV를 조사하면 해당 영역이 수축하고 주변 영역과의 팽창률 차이로 인해 수화젤이 구부러지게 된다. 연구팀은 UV 조사 위치와 시간 조절을 통해 구부러짐을 프로그래밍하여 로봇의 정밀한 동작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복잡한 구조와 추가적인 자극 없이 광 반응성 DNA 가교제와 빛으로 수화젤 로봇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DNA 디자인을 통한 반응 메커니즘 다양화를 통해 알고리즘처럼 작동하여 고도화된 변형을 보일 수 있는 수화젤 로봇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2월 5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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