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0년만에 2만 가구

2024년 12월 주택통계
전국 준공후 미분양 2만1480가구
전월비 15% 급증, 17개월 연속 증가
지방 미분양 ‘DSR 한시 완화’ 검토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10여년 만에 2만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비수도권에 미분양이 집중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한시적 완화 검토에 나섰다. ▶관련기사 24면

국토교통부가 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480가구로 한달 전보다 15.2%(2836가구) 급증했다. 악성 미분양이 2만 가구를 넘긴 것은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60%가량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구의 악성 미분양은 작년 12월 한달 만에 862가구 늘어난 2674가구를 기록해 가장 많았으며, 경북의 악성 미분양은 같은 기간 866가구 늘어난 2237가구였다. 또 제주(1746가구)에서는 408가구, 경기(2072가구)에선 377가구가 늘었다.

준공 후 팔리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건설 경기 악화의 지표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해 종합건설 폐업건수는 641건으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 소형 건설사일수록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털어내야 자금 흐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어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경제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여당은 올 7월 ‘스트레스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았으나 정부로서는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효성, 일관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면서 “신중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도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극심한 지방 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해 온 만큼 지방에 한해선 DSR 규제에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건설업계·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비수도권 부동산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전제 하에 수도권보다 여유 있게 목표치를 운영하도록 공간을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방 부동산 가계대출과 관련해선 총량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작년 12월말 기준 7만173가구로 한 달 만에 7.7%(5027가구)가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6997가구로 전월보다 17.3%(2503가구) 늘었고, 지방은 5만3176가구로 5.0%(2524가구) 증가했다.

홍승희·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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