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 사려면 올해가 적기?”…작년 수입 신차 평균 가격 7593만원, 올해 또 내려간다 [여車저車]

지난해, 디젤게이트 이후 8년만에 최저
연두색 번호판과 시장정체 여파
전기차 아파트 화재 등 악재도 영향 가능성


저렴해진 수입차 가격에 놀라고 있는 소비자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 구입가격이 8년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부진과 할인경쟁의 심화로 글로벌 메이커들이 마케팅에 많은 예산을 할애한 것이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등의 여파로 올해는 더욱 판매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24년도 ‘연례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3년 7월~2024년 6월) 수입차 신차 구입가격(옵션 포함)은 7593만원이었다. 전년동기간 7848만원 대비 255만원 감소(-3%)한 수치다.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영향으로 2016년 수입차 가격이 하락한 이래 8년만의 하락이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수입 전기차 화재사고로 친환경차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대내외적 경기 불황으로 완성차 업계 전반의 침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활발한 마케팅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001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는 매년 7월 소비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1년 이내 신차 구입자의 구입가격, 지불방법 등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지난 5년간의 추이를 수입차 중심으로 비교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5년간의 추이를 보면, 코로나 국내 발생 첫해인 2020년 수입차 구입가격은 전년 대비 5% 상승했다. 코로나 보복 소비 풍조가 나타난 221년에는 6% 올랐고,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빚어진 2022년에는 가장 큰 폭인 12% 급등했다. 이어 2023년 +2%로 상승폭이 줄어든 바 있다.

국산차의 경우에도 2024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판매가격 추이를 보였다. 2020년 +2%로 수입차보다 낮았으나 2021년, 2022년에는 각각 8%, 15% 급등해 수입차 상승률을 앞섰다. 다만 수입차가 3% 하락한 2024년에도 상승세(+2%)를 이어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시장의 부진과 그에 따른 할인 경쟁 심화, 그리고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시행을 꼽을 수 있다”면서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차의 사적 사용이나 탈세 문제를 막는다는 취지로 2024년 1월부터 출고가 8000만원 이상의 신규 법인 승용차에 부착이 의무화된 제도”라고 부연했다.

국산차에도 똑같이 연두색 번호판 부착 규제가 적용되지만, 대부분 차량이 8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연두색 번호판은 수입차 구입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리스+렌트+구독’ 방식이 2019년 11%에서 2024년 3%로 크게 감소한 것이다. 법인차량 구입 때 세제 혜택을 위해 주로 쓰인 이 방식이 직전 연도(2023년)까지도 8%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2024년 1월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반면 ‘전액 현금’ 비율은 이 기간 37%에서 46%로 증가해 수입차 ‘현금 선수금+할부’(44%)를 앞지르고 수입차 구입 방식의 대세가 됐다. 리스+렌트+구독 방식의 대체 효과가 컸겠지만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한때 성행한 것으로 알려진 ‘다운계약(구입가격 축소 신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가격 상승률 측면에서는 국산차가 수입차를 앞섰다. 지난 5년간 수입차가 24% 상승할 때 국산은 33% 올랐고, 국산 대비 수입차 가격은 1.89배에서 1.76배로 낮아졌다. 옵션 고급화, 대형차와 SUV 선호 트렌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상황이 더욱 나쁜 추세 속에서 실적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에도 다수의 브랜드가 프로모션에 많은 비용을 할애한 바 있는데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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