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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VESA Channel 영상 캡쳐]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건 대학살(massacre)이다.”
새해를 맞이해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동시에, 도로엔 수백 마리의 새가 떼죽음을 당한 채 떨어졌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모습, 동물보호단체 OIPA는 SNS에 이 같은 사진을 공유하며 “불꽃놀이의 끔찍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학살”이라고도 토로했다.
2021년 당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던 사건이다. 로마에서 벌어진 끔찍한 결과에 불꽃놀이의 폐해를 주장하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로부터 4년 뒤, 불꽃놀이는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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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PA SNS 캡쳐] |
불꽃놀이가 조류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암스테르담대 바트 훅스트라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새들은 새해에 터지는 불꽃놀이에 최대 10km 떨어진 곳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정 연구 지역에서만 새해 불꽃놀이로 40만 마리의 새가 날아올랐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갑작스러운 소음과 빛에 대한 급성 비행 반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라며 “겨울의 혹독한 날씨에 처하거나 공황에 빠져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를 위험에 직면하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꽃놀이 영향을 받아 새들이 최소 11일 동안 평소보다 더 오래 먹이를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꽃놀이로 손실한 에너지를 보충하거나, 불꽃놀이로 도망친 후 먹이를 보충하려는 행위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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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산불꽃축제 모습 [연합] |
국내에서도 매년 대규모 불꽃놀이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작년 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와 관련, “특히 철새 이동시기에 벌어지는 불꽃놀이는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새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카라에 따르면, 불꽃놀이는 반려동물에도 상당한 위협이다. 큰 소음이 반려동물의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반려동물의 74.4%가 불꽃놀이에 두려움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OIPA도 “많은 이들이 새해를 축하하며 불꽃놀이를 즐기지만, 동물에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이라며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고 놀라거나, 새나 다람쥐, 작은 포유류, 심지어 물고기까지 상당한 위협에 직면한다”고 비판했다.
동물이 인간보다 빛이나 소음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인간의 기준으로 피해 정도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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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산불꽃축제를 관람하려는 시민들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가 붐비고 있다. [연합] |
불꽃놀이가 동물에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다.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대형 불꽃놀이 축제 이후 미세먼지 수치가 최대 32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서울 세계 불꽃축제의 경우, 불꽃놀이 전 9~12g/m3였던 PM2.5(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 미세먼지) 농도가 이벤트 직후 320g/m3까지 약 32배 급증했다. 이후 약 3시간이 지난 뒤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부산 불꽃축제 역시 불꽃놀이 전 13~33g/m3였던 PM2.5 농도가 불꽃놀이 직후 241g/m3까지 약 10배 상승했으며, 약 2시간 반 후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같은 결과는 불꽃놀이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 때문이다. 불꽃놀이 후 2시간 평균 농도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231g/m3, 부산은 188g/m3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후 같은 시간·위치 등의 측정 결과보다 서울은 12배, 부산은 7배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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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 전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 그래프 [고려대 제공] |
연구팀은 “불꽃놀이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런 미세먼지 농도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축제에 모인 대규모 인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장시간에 걸쳐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연구팀은 PM2.5농도가 대폭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PM2.5는 두통, 인후통, 눈과 코의 불편감, 어지럼증, 피로감을 줄 수 있다.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윤형 교수는 “대형 불꽃 대신,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대체 방법으로 예를 들어 드론 쇼나 빛의 축제와 같은 친환경적인 대체 행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불꽃놀이 전후의 대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축제 후 오염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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