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프리랜서였나” 故오요안나 직내괴 여기서 갈린다 [취재메타]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 측 “괴롭힘 당했다”
프리랜서여도 ‘근로자성’ 인정받을 수 있어
전문가들 “계약형태보다 사용종속관계 살펴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 행간을 다시 씁니다.


오요안나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안효정·김도윤 기자]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오씨의 유서가 공개되고 유족이 서울중앙지법에 고인의 동료였던 MBC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MBC는 고용노동부의 지시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사안을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고인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씨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씨가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사안의 핵심적인 쟁점은 오씨에 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오씨는 2021년 5월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했지만 계약 형태는 프리랜서이다.

2019년에 도입된 근로기준법(제76조의2)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측은 괴롭힘 신고를 받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오씨와 같은 프리랜서나 공무직,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은 원칙적으론 사업자이기에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아이돌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노동부가 조사했으나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사건이 종결된 바 있다.

‘무늬만 프리랜서’라면 얘기 달라져


다만 변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종속관계’를 고려해 오씨에 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근로자가 매월 고정된 형태로 보수를 받았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 내용 및 방법 등에 대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계약서상 명시된 일 외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사용자와 종속관계에 있었는지 등에 따라 프리랜서 등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다인 노무사는 “계약서상 문구에 국한되지 않고 실질적인 근무 형태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를테면 지각을 했을 때나 기존 업무 말고 다른 일을 했을 때 회사의 제재를 어느 정도 받는지, 사용자가 정한 업무 내용과 취업 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지, 노무제공자(프리랜서)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를 갖고 있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홍 노무사는 “근로자성을 판가름하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는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가’이다”라며 “MBC에 거의 종속돼서 상시 지시 및 감독을 받고 회사가 업무 내용을 다 정해준다고 하면 근로자로 여겨진다. 결국 무늬만 프리랜서인 ‘위장 프리랜서’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영 변호사 역시 오씨의 지위를 프리랜서로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고인은 방송국에 전속돼 방송국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일을 했기 때문에 근로자에 가깝다고 봐야한다”면서 “프리랜서라는 지위를 회사가 지정했더라도 정확한 법적 지위를 따져보고 문제 제기를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성’ 핵심 쟁점될 전망, 경찰도 수사 나서


실제로 과거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4년여간 KBS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계약이 만료된 아나운서 이모 씨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같은 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UBC울산방송에서 프리랜서로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등의 일을 한 이모 씨를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했다. 2022년에는 서울행정법원이 MBC에서 약 10년 동안 일해온 방송작가들을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나아가 2021년 12월 30일 고용노동부는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작가 2명 중 1명은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3일 오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경찰과 고용노동부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오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장이 제출됐다. 고발인은 안형준 MBC 사장과 해당 부서 책임자,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과실치사,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MBC 경영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이날 안 사장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추가로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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