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의사 때려 치운다” 평균 연봉 2억원…의사들 ‘우르르’ 뭔가 했더니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한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월 30만원 받고 누가 의사해?…의사 홀대하더니 이런 일이?”

‘의대’가 한국 이공계 수재들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이공계 수재들의 상반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와 반도체의 토대가 되는 공학계열 전공으로 중국 이공계 수재들이 몰리고 있는 것. 반면 현직 의사들은 10명 가운데 3명이 “의사를 그만 둘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 및 기업의 아낌 없는 물적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현지 ‘좋은치과산업연구’ 연구팀이 최근 자국 의사 2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8%가 “향후 5년 내에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서 “낮은 급여”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그만 두겠다고 밝힌 62%는 상위 단계의 공공병원 등으로 이직 도모하거나 개원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나머지 38%는 직업을 포기하거나, 향후 계획 조차 없다고 응답했다.

과학기술 정부출연연의 연구원 연구장면. [헤럴드경제DB]


실제, 중국은 의사 급여가 높지 않고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의대를 졸업하고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의료산업일미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중국 병원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이른바 1선 도시의 3차 병원 준임상 전문직 이상 직함을 가진 의사의 연평균 수입은 24만6000위안(한화 491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방 소도시 의사의 연평균 수입은 이보다 훨씬 적은 1만8000위안(한화 359만원)에 불과했다. 지방 소도시 의사의 경우 월급이 30만원인 셈이다.

반면 이과 계열인 현지 과학자들의 연봉은 이들의 최소 2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위제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외 유학 후 중국으로 돌아간 과학자들의 평균 연봉이 약 15만달러(2억원)로 나타났다.

비단 유학파 출신만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V2의 개발에 참여한 30대 직원 뤄푸리는 순수 국내파임에도 샤오미에서 1000만위안(약 20억원)의 연봉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도 인재 확보를 위해 신입 연봉을 3억원까지 주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중국의 이러한 현실은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국은 의사의 연봉이 전 직군 내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의사 인력 임금 추이’에 따르면 2022년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인력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 2억800만원에서 6년새 44.7% 급증한 수치다.

딥시크V2의 개발에 참여한 30대 직원 뤄푸리. [웨이보]


그러나 ICT 대기업 평균 연봉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AI 서비스 매칭 플랫폼 ‘AI 히어로즈’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는 AI 연구원의 35.1% 가량이 6000만~8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21.6%는 8500만~1억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35.1%만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신입 연구원 평균 연봉이 3900만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이공계 인재들의 해외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나갔다. 반면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지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본국으로 귀국한 중국인 과학자 수는 2010년 900명에서 2021년 262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2010년엔 유학생의 48%만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2021년에는 67%가 귀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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