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유동성 지원 위해 3조 투입했는데…LH, 1건도 못하고 사업 폐지 수순

국토부, 지난해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 발표
‘LH가 건설업계 토지 매입’ 단 1건도 실행 못해
업계 “건설사에 불리한 매입요건 완화” 건의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지난해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한 3조원 규모의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사업이 한 건도 시행하지 못한 채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위기에 처한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오히려 건설사에 불리해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LH는 정부의 방침을 기약 없이 대기 중이다.

5일 LH에 따르면 LH는 더 이상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공고를 실시하지 않는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방향성 제시가 있기 전에는 자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며 당분간 사업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지난해 2차 모집 공고에선 매도를 희망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사내 민간주택건설지원단 태스크포스팀(TFT)도 해체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3조원을 투입,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1차 모집 공고에서는 총 6건이 접수됐으나 실제 매입 계약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2차 매입 공고에는 단 한 건도 신청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사업이 부진한 데 대해 “다수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상 부채상환에 대한 대주단 전원 동의가 어렵고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돼 참여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LH 사옥 [연합]


하지만 건설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업계에선 “매입 요건이 건설사에 불리하다”며 조건 완화를 건의하고 나섰다. 매입 방식이 기업이 매도 희망 가격을 제출하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식으로 이뤄져 손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공공 시행자가 공급한 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를 넘지 않는 가격으로만 신청할 수 있어 조건이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매매대금 전액이 기업 부채상환용으로만 지급된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그럼에도 LH는 당장 매입 사업의 추진 방향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LH는 정부가 제시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사업 자체의 흐름은 정부의 방향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총 641건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는 10.3%(60건)가 급증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단지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중소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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