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줄고 지출 많아져 “빚 내서 운영”
이주 배경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모이는 학교의 재정도 흔들리고 있다. 지역 곳곳에 설립된 관련 학교마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밀려 있지만 정작 교육 환경은 매년 열악해지고 있다.
▶1년새 후원금 2억 줄어…전기·가스비 내기도 빠듯=지난해 지구촌학교는 1억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다문화 대안학교 지구촌학교는 개인·단체 후원금만으로 운영된다. 학생에게는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설립 10년이 넘은 지난해 처음으로 후원보다 지출이 많아졌다.
지난해 지구촌학교가 학교 운영에 지출한 돈은 3억5357만원. 반면 후원금은 2억4738만원에 그쳤다. 개인 후원에 참여한 사람만 300명이 넘을 정도로 이 학교에 대한 후원은 활발한 편이다. 그럼에도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재정이 확연히 열악해졌다. 그해 총 후원금은 4억2840만원, 총 지출은 2억7706만원으로 후원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1년 사이 후원금은 2억원 가까이 줄고, 지출은 7600만원가량 늘었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공공요금이 특히 많이 늘었다. 지난해 지구촌학교가 지출한 각종 비용을 보면 ▷전기요금 3326만원 ▷가스요금 734만원 ▷수도요금 1114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전기요금이 846만원, 가스·수도요금이 각각 304만원 늘었다. 이 밖에도 지난해에는 ▷교원 퇴직금 4195만원 ▷통신비 259만원 ▷후원자 관리비 263만원 등이 들었다.
올해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 건강검진 비용이었다. 다행히 인근 병원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마쳤다. 박지혜 지구촌학교 교감은 “공공요금은 줄일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 작년에는 빚을 내 버텼다”고 말했다.
▶다문화 대안학교 ‘콩나물 교실’ 현실화=이런 상황에서 다른 교육 여건까지 살필 여력은 없다는 것이 지구촌학교의 호소다. 올해 기준 이 학교 전교생은 초·중·고생을 합쳐 총 277명으로, 과밀학급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4개층 건물을 한층은 급식실로, 나머지는 교실로 쓰고 있어 한층마다 100명씩 이용하는 셈이다. 화장실도 한 개뿐이라 쉬는 시간마다 끝없이 줄이 이어진다.
교실로 쓰기에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도서관에 들어갈 책은 복도를 가득 채워 쌓여 있다. 건물 곳곳 벽은 부서지거나 금이 가 있다. 입학생이 늘면서 창고로 쓰던 공간까지 교실로 조성했는데 냉·난방기기를 아직 들여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박 교감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간제라, 대부분이 짧게 머무르다 떠난다.
교육청은 대개 이처럼 재정이 열악한 학교를 위한 지원금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안학교의 경우 지원이 일반학교의 절반에 그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 수, 학급 수, 건물 면적 등을 고려해 운영비를 산정해 이런 학교들에게 지원금을 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안학교는 ‘대안학교 보정지수(58%)’가 적용된다.
▶교장 개인대출금만 수십억대인 학교도=때문에 지구촌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늘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교육청의 재정적 도움을 받더라도 학교가 늘어나는 학생 수요를 따라가거나 다문화 학생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공급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고양시다문화대안학교도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학생 교육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학생을 관리하거나 상담해줄 교사가 없어 학교는 별도의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 중이다. 또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한국역사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한 예산이 없어 학교 관리자가 직접 발로 뛰며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알아보거나 자부담 처리하고 있다.
박혜원·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