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쇄 회동’ 보폭 넓힌 韓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상반된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김 장관은 조기대선 가능성 자체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반면, ‘찬성’ 입장을 내놨던 한 전 대표는 물밑에서 보폭을 넓히며 재등판 채비에 나섰다.
김 장관은 4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의 ‘조기대선 출마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검토하거나 생각한 건 없다”고 답했다. 다수의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김 장관이 조기대선에 관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조기대선이) 가능성으로 우선 존재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정치권에는 한 전 대표가 지난 설 연휴 기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연달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는 정치권 안팎의 ‘목격담’을 통해 소식을 전했던 한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통화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는 시기에 나타나 표적이 될 필요가 없다”라면서도 “적어도 2월 말은 돼야 한다”라고 예고했다. 2월 말은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종료된 시기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결과까지 나올 수 있는 시기다.
김 장관과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 찬반 입장을 달리한 이들이다. 김 장관은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 전원 기립 사과’ 요구를 홀로 거부한 ‘강성 반탄(탄핵 반대)’ 인사다. 한 전 대표는 탄핵안 2차 표결을 앞둔 12월1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이후 당 주류와 충돌했고, 탄핵안 가결 이틀 만인 12월16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상반된 두 사람의 행보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만큼이나 다른 정국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보수 결집 현상에 따른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를 놓고도 반탄·찬탄 진영에서 상반된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탄 진영에서는 향후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더라도 30%대 중후반의 강성 보수 여론을 끌어안지 못하면 ‘필패’라는 인식이 짙다. 강성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는 조기대선 관련 언급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조기대선 경선이 치러지면) 머리를 드는 순서대로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찬탄 진영은 ‘중도 표심 없이 본선 승리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례적인 당 지지율 상승세가 이미 ‘고점’을 기록했다는 시각도 크다. 친한계 의원은 “지금의 당 지지율은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과 반이재명 정서가 합쳐진 것”이라며 “하지만 합리적 보수와 중도의 목소리를 낼 구심점이 있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동훈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