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으로 이슈 주도…이재명의 ‘토론정치’[이런정치]

수출기업 애로 청취 토론회 좌장으로

상법·반도체특별법 이어 연달아 주재

민생·경제 이슈 주도…경제계와 만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책 관련 토론회를 연달아 주재하며 당의 수권능력 부각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 등 굵직한 경제법안을 주제로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논쟁을 끌어내는 토론 진행 방식은 민생·경제 이슈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회 각계 입장을 반영해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대 야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 면모를 보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대표는 5일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고 좌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국제 통상 전략을 구축하는 것에 있어 정치권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이 격랑의 국제질서 속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뿐만 아니라 번영해 나가야하는데, 과연 그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 뭘까에 대해서는 일선에 있는 기업들,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가 중진국의 입장에서 산업발전을 기획할 때는 정치나 관료, 특히 전문관료들의 실력이 충분해서 정부 주도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면, 이제는 민간의 역량이 정부 역량을 뛰어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정치권과 행정관료들의 역량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달 13일부터 차례로 개최된 ▷반도체 산업 ▷2차전지 산업 ▷자동차 산업 ▷중소·중견기업 등을 주제로 한 연속 간담회에서 거론된 주요 이슈들을 종합해 민주당과 경제계가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업 측에선 ▷삼성글로벌리서치 ▷SK경영경제연구소 ▷LG글로벌전략개발원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경제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가 참여했다.

토론을 주최한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제계에 최근 산업 현안뿐만 아니라 한미FTA, 경제외교, 산업 주체 간의 협력 등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준비 과정에서 전달했다”라며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해서 추후에도 폭넓은 토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상법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 등 각계의 주장이 충돌하는 경제법안에 대한 토론회도 주재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상법개정안 토론회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회사’로 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 대표는 경영자 측과 투자자들이 참여한 당시 토론회에서 “입장이 다를 수가 있는데, 저는 사람이 만든 문제는 다 사람들의 지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이해관계가 충돌하지만 서로 합리적인 선을 지켜내면, 적정한 합의선에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달 3일 개최된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주재하면서는 기존 민주당의 입장과 다른 방향의 정책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토론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규정’ 도입 여부에 대해 “중요 산업 R&D(연구개발) 영역의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몰아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저는 노동계에 가깝지만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지 않겠나”라며 “결코 버릴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고, 지금은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토론회를 모두 방청했다는 한 경영계 인사는 “토론을 하면서 민주당이 고수해온 입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당 대표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좋은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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