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건설, 인니에 탈탄소 항공유 ‘SAF’ 생산 기지 건립 추진

글로벌 SAF 기지 구축 흐름에 K-건설사 참전
수출입은행 사업 타당성 용역 진행 예정
인니 팜유 업체 SAF 시설로 전환 계획에 탑승
SAF, 차세대 탄소감축 항공유로 주목 커져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롯데건설이 인도네시아에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생산 기지 설비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현지 팜유 생산 설비를 SAF 양산 목적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계약 규모가 최소 조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중심으로 SAF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투자 및 협력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팜유 생산 업체와 협력해 SAF 생산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한국수출입은행에 의뢰해 선정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추진된 내용은 없고 검토를 받는 단계”라고 말했다.


SAF 설비 경쟁에 K-건설도 참전


탄소감축 바이오항공유의 일종인 SAF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팜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옥수수 등을 재활용한 원료로 만들며,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번 사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에서 먼저 제안했다. 팜유 위주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편하려는 과정에서 현지에 법인이 있는 롯데건설 측에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SAF를 생산한 뒤 유럽연합, 나아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요가 있으면 판매하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기존에도 S-Oil(에쓰오일)의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인 ‘샤힌프로젝트’ 등 다수의 석유화학 관련 설비에 참여해왔다.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SAF 생산 설비 프로젝트에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SAF 시장이 커지며 세계적으로도 관련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SAF 전용 생산시설은 총 320곳이다. 미국이 100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캐나다(27곳), 프랑스(19곳), 영국(15곳) 등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낮은 경제성에 신중모드


[대한항공 제공]


다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는 SAF 설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SAF 생산 시설은 기존 석유 생산시설을 일부 이용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SK에너지는 유럽에,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에 SAF를 수출하고 있다. SAF 전용 생산 시설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여기엔 현재로서는 SAF 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최대 5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제 마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유사나 항공사 입장에선 이를 보전하려면 불가피하게 비행기 티켓 가격 등에 반영할 수 없어 진출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이 해외에 SAF 전용 기지 건립에 나설 경우 롯데건설을 비롯한 다른 건설사들과 국내 정유사들 간의 협력이 다각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생산 시장이 국내에서도 커질 경우 국내 건설 업체들과도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이 의무화하고 있는 SAF 혼합 비율이 현재는 2%이지만 2040년과 2050년 각각 34%, 70%까지 확대될 예정이라 국내 업체들의 참여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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