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자 ‘전세의 월세화’ 심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사상최고치

1월 120.9…통계작성 10년만 최고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증가


서울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월세 오름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매매나 전세 대신 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짙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5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전달(120.4) 대비 0.5포인트 오른 120.9로 집계됐다. 1년 전(112.092)과 비교해 8.808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KB 월세 지수는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삼아 전용면적 95.86㎡ 이하 표본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지수도 상승세다. 지난달 122.428로 나타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121.810) 대비로는 0.618포인트, 전년 동월(114.231) 대비로는 8.197포인트 올랐다. 인천 월세지수는 전달보다 2.155포인트 오른 125.013, 경기는 전달보다 0.405포인트 상승한 122.797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로 세입자들의 임차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등록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23만7662건 중 ‘월세가 낀 거래’는 41.99%인 9만9796건에 달했다. 전년 월세 거래 비중(41.32%)보다 0.67%포인트 비중이 늘었다.

실제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전세금 융통도 쉽지 않은 데다 4~5%대인 전세대출 금리를 감안할 때 오히려 이자만큼 월세를 내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의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 가격(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값)은 5억5167만원으로, 이 중 2억원만 4.5% 금리로 전세대출 받는다해도 이자만 매월 75만원을 내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전셋값 상승,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빌라 시장에서 굳어졌던 ‘전세 기피 월세 선호’ 현상이 아파트에서 나타나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쳐 월세가 상승하고 있다”며 “신축을 선호하지만 전셋값이 올라 보증금이 부족한 MZ세대도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는 전세와 맞물려있어 전셋값이 오르면 월세도 동반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월세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소득은 높으나 고가 주택 보유세가 부담스럽고,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로 원하는 수준의 주거지를 찾지 못한 이들이 월세 계약서를 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면적 124㎡는 지난달 3일 보증금 1억원에 월 1000만원의 월세로 계약했다.

지난해 8월 보증금 1억원 월세 850만원과 비교해 반 년 만에 월세가 150만원 뛰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면적 84㎡는 지난 14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1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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