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게 돈 빌려 산 집, 이자 내도 증여세 물어야 하는 이유 [이·세·상]

가족찬스 통한 ‘싼 이자’ 증여세 과세대상
4.6%이하 이자 연 1000만원 넘으면 증여
거래별 덜 낸 이익 합산 증여가액 따져야

만기일 미정땐 대출 1년…쪼개기 차입 불가
가족간 돈거래 차용증 쓰고 이자체크해야
이왕 낼 세금, 똑똑하게 알려주는 상담소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말마따나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쉽게 티가 나지 않는 지출도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뭘 사든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고, 급여를 받으면서도 많게는 수십%의 소득세를 냅니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 등 세금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물론 아깝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합니다. 세금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주변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세금 고민을 풀어봤습니다. ‘이왕 낼 세금 상담소(이.세.상)’에서 현명하게 따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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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직장인 김지우(가명·38세)는 아버지에게 3억원을 빌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가족끼리 무이자로 2억원까지 대출해도 괜찮다는 말에 나머지 1억원은 이자도 내고 차용증도 써뒀다. 두 부자는 대출 관계인데도 왜 ‘증여세 고지서’를 받게 되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아, 가족 사이엔 2억원까지 무이자 대출해 줘도 돼. 나머지는 차용증 쓰면 증여로도 보지 않겠지.”

#.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여기 두 부자(父子)가 때아닌 증여세 고지서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7월, 직장인 김지우(가명·38)씨는 이른바 ‘가족 찬스’를 총동원해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지난해 세 차례에 나눠서 각각 1억원씩 총 3억원을 아버지에게 빌렸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 차입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도 다 남겨뒀다. 가족 사이엔 2억원까지 무이자여도 괜찮다는 말에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선 ‘연 1% 이자·3년 뒤 상환’ 조건을 담아 차용증까지 써뒀다. 이보다 앞서 자우 씨는 세금을 물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10년간 5000만원)를 다 소진했던 터라 더 신중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최근 지우 씨에게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내라는 예상치 못한 고지서가 날아온 것. “저는 아버지께 돈을 증여받지 않았어요. 이자도 매달 내고 차용증까지 써둔걸요.” 답답한 마음을 안은 김 씨 부자가 세금전문가 ‘국세언니’를 찾아갔다.

Q. 저와 아버지의 관계는 증여가 아니라 ‘금전대여’인 걸요. 아버지 은행 계좌 앞으로 매달 따박따박 이자도 내고 있고 차용증도 써뒀어요. 그런데 증여세 고지서가 왜 나온 걸까요.


A. 지우 씨가 아버지께 3억원을 빌리고 추후 상환한 사실까지 증빙되면 대출 원금에 대해선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원금만 놓고 보면 그렇죠. 그러나 이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로, 지우 씨 사례처럼 가족끼리 돈을 빌려주면서 1년 동안 1000만원 이상의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율(저리)로 이익을 본 경우입니다. 세법이 정한 적정 이자율(4.6%)보다 낮으면 그 이자 차액을 증여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 찬스’로 얻은 싼 이자 혜택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Q. 하지만 가족 간 금전 대여할 땐 2억원까지 ‘무이자’가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A. 가족끼리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활용하면 2억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할 수 있다고 하죠. 그 이유는 2억원에 적정 이자율(4.6%)을 적용해 계산해 보면 무이자로 이익을 본 이자가 연 920만원으로 1000만원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세법에선 적정 이자율보다 덜 낸 이자가 연간 1000만원을 넘으면 증여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연간 1000만원 미만의 이자 이익을 보는 선에서 “가족끼리는 2억원 무이자 대출 가능”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죠. 물론, 2억원이 원금 증여가 아니라 실제 차입이 맞다는 입증 책임도 납세자가 당연히 져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끼리 차용증을 쓰고, 정기적으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등 형식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죠.


Q. 그래서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원에 대해선 연 이자율 1% 조건으로 매달 이자도 내기로 한 걸요.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도 증여로 간주하나요?


A. 이자를 지급하더라도 저리로 이자를 낸다면, 적정이자율과 저율 이자율의 차이만큼 차감해서 증여재산을 산출합니다. 가족으로부터 무이자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때, 한 해 동안 적정 이자율보다 덜 낸 이자 합산 금액이 1000만원을 넘을 경우 증여로 간주하잖아요. 그래서 저율 대출이라 해도 아낀 이자 금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이 금액을 증여로 보는 겁니다.

Q. 그렇지만 고지서를 보니 저는 2억원 무이자 대출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부과된걸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A. 지우 씨의 사례를 보니 아버지로부터 ▷작년 3월과 6월(각각 1억원·무이자) ▷작년 7월(1억원·이자율 연 1%)로 세 차례에 나눠서 빌리셨군요. 각 건당 2억원은 넘지 않지만, 이때는 1년 동안 빌린 ‘합계’로 따져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차입일을 증여일로 보고, 소급해서 1년 이내 ‘동일한 금전 거래’가 있는지 살펴보기 때문이죠.

즉, 각 거래별 이익을 합산해서 1년 동안 1000만원 넘게 이익을 봤는지 보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지우 씨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각각 1억원씩을 빌렸더라도 마지막 거래인 지난해 7월(1억원·이자율 연 1%) 기준으로 1년 이내 총 3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제 각각 거래별로 적정 이자율보다 덜 낸 이익을 계산해 보고 모두 더해 증여재산가액을 따져봐야 합니다.

Q. 그렇다면 2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1년 넘는 시차를 두고 빌려준다면요?


A. 만기일을 정하지 않은 경우, 대출 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대출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는 1년째 되는 다음 날에 매년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합니다. 기존 대출이 해를 넘기며 이어갈 때마다 매년 새 대출로 살아나는 겁니다.

그래서 한 해가 지났다고 해서 이자 증여재산금액(연 1000만원) 할인 한도가 그해 새로 체결한 대출 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해를 이어가는 기존 계약 건까지 합쳐서 계산해야 합니다. ‘쪼개기 차입’이라는 게 불가능한 구조랍니다.

Q. 그러면 제가 증여받았다고 보는, ‘덜 낸 이자’ 금액은 얼마나 되는 건가요?


A. 지난해 3월과 6월 계약 건은 1억원씩 무이자로 대출받았으니 이자 증여재산금액은 각각 460만원씩 산출됩니다. 참고로, 무이자 대출로 얻은 증여이익을 계산할 때는 대출 기간 경과 여부를 따지지 않고 대출 시점 즉시 금전대출에 따른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해요.

작년 7월 대출금 1억원(연이자 1% 조건)의 경우, 적정이자율 4.6%에서 1% 대출 이자를 제외한 차액을 계산해 360만원이 나옵니다. 총합계는 1280만원으로 1년 치 증여이익 합이 1000만원을 초과했네요. 그래서 마지막 차입 거래인 지난해 7월 건을 최종 증여일 기준으로 삼아 1280만원의 증여 재산금액이 발생했다고 통보받게 된 겁니다.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내야 할 증여세의 20%가 무신고가산세로 부과되며 신고 누락으로 인한 납부지연가산세(1일당 0.022%)까지 물어야 합니다. 만약 지우 씨가 납부를 미루고 1년 뒤 고지서를 받아들일 때는 이 가산세들이 담기면서 기존 128만원에서 약 164만원으로 더 늘어나니 유의해야 합니다.

Q. 만약 제가 저리(4.6% 미만)로 이자를 내던 대출금을 상환해서 대출 기간을 끝내면 이미 낸 증여세는 어떻게 되나요?


A. 대출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는 1년째 되는 다음 날에 매년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잖아요. 만약 증여세를 납부한 후 1년이 지나기 전에 대출금액을 갚았다면 상환일까지 덜 낸 이자를 다시 계산해 봐야 합니다. 대출 기간(1년) 중에 돈을 다 갚거나 사망 등으로 대출이 끝난 경우에는, 그 일이 생긴 날부터 3개월 안에 경정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아버지는 제가 빌린 1억원에 대해 연 1% 이자율로 이자를 매달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해당 이자소득도 세금신고 해야 하나요?


A. 소득세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매깁니다. 만약 아버지가 개인 간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면, 이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는 이자 소득으로 보고됩니다. 이 소득에 대해서는 25%(지방소득세율 10% 별도) 원천징수가 적용되며,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수입 시기)은 일반적으로 약속된 이자 지급일입니다. 하지만 이자 지급일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약속된 날 전에 이자를 받으면, 이자를 받은 날이 소득 발생일로 간주합니다. 이에 따라 지우 씨의 아버지는 매달 연 1%의 이자를 받기로 했으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받은 모든 이자를 다음 해 5월 소득세 신고 기간에 보고해야 합니다.

Q. 이번 일로 가족끼리 돈을 빌릴 때도 차용증을 꼭 써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A. 그럼요. 차용증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채권자)과 돈을 빌리는 사람(채무자)이 작성하는 문서(금전대차계약서)를 뜻합니다. 원칙적으로 차용증을 작성해 계약 당사자 간 약정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기재해 둔다면, 증여세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끼리 돈을 빌려 쓰고 나중에 갚았다면, 차용증·변제 영수증·이자 지급 증빙과 같은 자료도 꼭 잘 챙겨두세요. ‘이자’도 잘 체크해 두셔야 합니다. 빌린 돈에 대해 적정한 이자를 지급해야 이자에 따른 증여세 문제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유혜림 기자 / 김혜리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세무컨설팅팀 세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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