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자들, ‘멸공굿즈’로 결집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책들이 서점가에서 판매고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대법원과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을 은폐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대법원의 부정선거 은폐기록’은 주요 서점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모자, 스티커 등도 판매 중이다. 지지자들은 서로 판매 독려를 하며, 세 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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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교보문고 국내도서 분야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담은 ‘STOP THE STEAL’ 책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집인 ‘윤석열의 길’이 1위, 3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 캡처] |
4일 기준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에는 윤 대통령 관련 서적이 상위권에 올랐다. 2020년 21대 총선 인천 연수을 선거무효소송에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대리인을 맡은 도태우·박주현·윤용진·현성삼 변호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STOP THE STEAL’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집인 ‘윤석열의 길’,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참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가 쓴 ‘그래도, 윤석열’ 등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책 구매 내역을 SNS나 네이버 카페 등에 인증하며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1권은 제가 읽고, 1권은 부모님 드리고, 1권은 좌파 탄핵찬성 친구한테 강제 독서시킬 예정”, “전국민 계몽으로 이어지려면 책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구매평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온라인 팬카페에선 회원들에게 해당 서적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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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의혹을 뜻하는 ‘STOP THE STEAL’을 뜻하는 문구로 만들어진 ‘멸공굿즈’들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쇼핑 캡처] |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선거를 뜻하는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이른바 ‘멸공굿즈’도 유행하고 있다. 모자나 스티커, 뱃지 등이다.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마음에 든다”며 집회에 나갈 때 유용하게 쓰겠다는 제품평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팬덤이 결집하며 관련 물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은 과거에도 목격됐다. ‘태극기 부대’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2021년 박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지지자들과 나눈 편지를 엮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대량 구매하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게 했다.
‘개딸’, ‘달빛기사단’ 등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덤도 서적 등을 대량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팬덤은 부정선거라는 키워드로 뭉쳤다는 점에서 앞선 팬덤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부정선거는 앞서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반박된 주장이다. 법원이 법리적으로 근거 없다고 판단한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STOP THE STEAL’ 대부분은 지난 21대 총선 인천 연수을 선거무효소송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선거구에 출마해 떨어진 민경욱 전 의원이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하에서 부정한 행위를 몰래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기술과 해킹 능력 뿐 아니라 대규모의 인력과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원고(민 전 의원)는 약 2년 이상 재판이 진행됐지만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존재했다는 점에 관해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시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정치적 팬덤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계엄 이후 부정선거와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면서 팬덤이 새롭게 생긴 특이한 경우”라며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강성 지지층과의 강한 연결고리가 생겼고, 이후 지자자들을 향한 자필 성명과 담화 등을 내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