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각을 녹용으로”…의약품 불법판매 한방병원 적발

약사법·의료법 위반 혐의로 한의사 등 49명 검찰 송치


병원 내 대량 제조시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한방의약품을 불법 판매한 서울의 유명 한방병원의 전·현직 병원장과 한의사, 직원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하 민사국)은 2022년 말부터 유명 한방병원의 한방의약품 불법판매 행위를 수사해 병원장과 직원 총 49명을 약사법·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보로 수사를 시작하게 된 민사국은 해당 한방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수년간의 약품 처방내역을 확보했다.

그 결과 공진단 등 6가지 인기 품목이 최근 7년간 300억원 이상 처방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직원 처방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사국은 특정 약품이 일반환자보다 직원 처방이 많은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수사를 직원으로까지 확대했다.

민사국은 한의사를 포함한 직원 중 2016년 이후 연평균 1천만원 이상 의약품 처방을 받은 43명을 특정해 수사했다. 이들은 병원 택배 등으로 지인에게 의약품을 판매했으며, 구체적으로 밝혀진 액수만 해도 12억 원에 달했다. 한의사가 한 번에 1000일분 이상의 약을 처방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평상시 직원 할인에 더해 명절에는 추가 할인 행사 기간에만 수천만 원어치의 의약품을 구매하는 직원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방병원에서 한의사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만을 처방해야 함에도 직원들이 대량 처방을 받아 지인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병원 차원에서 수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방조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판매를 방조하고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한 전현직 병원장과 불법 제조 담당 팀장 등이 입건됐다.

해당 병원은 한방의약품을 대량 제조하면서 보건소에 신고된 원 처방 한약재 대신 식품용 재료를 사용하거나, 한약재를 임의로 변경해 불법 제조하기도 했다.

한 의약품의 경우 녹용을 사용하는 것으로 신고하였음에도 녹각으로 대체해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 병원 측은 비싼 녹각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량 처방을 넘어 각종 병원 행사에 선물로 사용할 약품을 ‘가상의 환자’를 만들어 거짓으로 처방하기도 했다.

개인이 처방을 받은 의약품이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경우 불법판매 행위에 해당해 약사법 위반으로, 한의사가 허위 처방했을 경우 의료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의료인에게는 관할 행정청에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최원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한방의약품도 엄연한 질병 치료 목적의 의약품이다”라며, “무분별한 한방의약품 판매·복용은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유사한 범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행위 발견 시 엄중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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