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줄지어 고개 숙인 채” 병원 복도엔 눈물만 가득…30살 청년의 마지막 선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된 울림길 현장. 의료진들이 장기기증자 조석원(30) 씨를 배웅하며 추모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늘 주변을 먼저 생각하던 사람”

동료들에게는 웃음 많고 정 넘치던 사람. 가족들에게는 일찍 철이 들어 든든했던 아들. 무엇보다 환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한 청년이 마지막 퇴근길에서까지 의료진으로서 사명을 다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조석원(30)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장기기증자 조석원(30) 씨의 생전 모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조 씨는 지난 12월 13일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행자 교통사고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조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분할), 폐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조 씨는 아픈 사람의 치료를 돕기 위해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생을 마치게 됐다. 근무하던 병원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한다는 사실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받아 들였다.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것에 대해 너무 큰 아픔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생명을 나누고 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유족들은 “비록 석원이는 떠나지만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자 조석원(오른쪽) 씨와 누나 조은빈(왼쪽)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전라북도 군산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본인의 생활을 책임졌으며, 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조 씨는 어린 시절에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해당 e스포츠의 게임시장이 없어지면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접고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교에서 방사선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병원 방사선과에서 근무했다.

원광대학교병원에서는 함께 근무했던 조 씨의 마지막을 같이 하고, 기증자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함을 전하고자 ‘울림길’을 진행했다. 울림길은 장기기증자의 마지막 길에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추모하는 의식이며, 해외에서는 ‘아너 워크(Honor Walk)’라고 불린다.

장기기증자 조석원 씨의 누나 조은빈 씨가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원광대학교병원 방사선과에서 같이 근무한 박광호 씨는 “웃음이 많고 늘 주변을 먼저 생각하던 정이 많던 석원아! 우리는 네가 이곳에 없는 게 아니라 긴 여행을 떠난 거로 생각할게. 언젠가 우리가 보고 싶으면 다시 돌아와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나누며 다시 웃자. 지금 있는 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해.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조 씨의 누나는 30번째 생일을 맞은 날, 조 씨가 뇌사가 돼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조 씨의 행복을 빌며 사랑을 전했다.

“석원아. 더 재밌고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고생만 하고 간 거 같아서 너무 안타까워.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멋있었던 그 웃음 지으며 행복하게 잘 지내.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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