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케이블 쓰레기. 김광우 기자.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줄 알았는데”
집마다 넘쳐나는 충전 케이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으다보면 어느덧 가득 쌓이기 십상이다.
그리고 결국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하지만 알고 보면 케이블은 주요한 산업 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수거 시스템만 있다면, 충분히 귀하게 재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거 시스템이 부재한 탓에 일반 쓰레기로 대부분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자원을 낭비하는 것뿐 아니라, 일반 폐기 과정에서 토양 및 대기오염까지 일으킨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수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각종 충전 케이블 쓰레기.[서울환경연합 제공] |
서울환경연합은 2024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일반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케이블 수거활동 및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잠자는 케이블을 찾습니다’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67%는 평소 케이블을 ‘종량제봉투(일반쓰레기)’에 넣어 배출한다고 밝혔다. 약 3분의 2가량의 시민이 케이블 폐기물을 그대로 버리는 셈이다.
각종 충전 케이블 쓰레기.[인스타그램 갈무리] |
이렇게 버려지는 케이블 폐기물의 양도 상당하다. 녹색연합 ‘전기·전자제품 사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구는 평균 11.67개의 충전 케이블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 기준 국내 가구 수는 2270만 가구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1억8000만개가량의 케이블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셈이다. 이렇게 버려진 케이블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미세플라스틱·중금속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는 비단 국내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충전 케이블의 양만 100만톤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에서 추출한 구리.[ELAND CABLE 홈페이지 갈무리] |
케이블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면 ‘폐가전’으로 분류돼 일반·재활용 쓰레기와는 별도로 수집돼야 한다. 이 경우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 소재 별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 가치도 적지 않다. 케이블 겉 부분은 플라스틱(PVC) 소재, 내부는 구리 등 중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구리는 산업적으로 ‘희귀금속’으로 분류될 만큼 쓰임이 많다.
재활용률도 높은 편이다. 이미 케이블의 외부 플라스틱 소재와 내부 금속을 분류하는 기술이 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순환 시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 관계자는 “철심이 들어 있는 옛날 유선 TV 케이블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전선류는 다 재활용된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처리 과정을 거쳐 나온 금속은 고가로 매각돼 귀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소형가전제품 수거함.[관악구청 제공] |
문제는 폐기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 현재 케이블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면 가까운 주민센터에 비치된 폐가전 수거함에 버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쓰레기를 들고 이동해야 해 일반적인 쓰레기 배출과 비교해 까다롭다.
지역별로 수거함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아파트 거주자를 위주로 접근성이 보장돼 있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폐가전 수거함은 5327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중 대다수인 3662개(68.7%)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도심 외 거주자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아파트를 제외한 폐가전 수거함 1665개 중에서도 765개(45%)가 주로 도심에 위치한 대형 전자제품 매장에 비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센터 소형가전제품 수거함.[서귀포시청 제공] |
정부는 이러한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형 가전 폐기물 방문 수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5개 이상의 소형 가전 폐기물이 있으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1개의 폐기물만 있어도 방문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에서도 케이블은 수거 품목 개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케이블 처리 방법 자체가 혼란스럽다. 서울환경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정에 안 쓰는 케이블을 보유한 응답자 중 71%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몰라서’라고 보관 이유를 꼽았다.
각종 충전 케이블 쓰레기. 김광우 기자. |
결국 시급한 대안은 수거 시스템 확보에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수거 체계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통계조차 확인이 어렵다”면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케이블을 어떻게 수거하고 재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케이블 폐기물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지자체, 학교, 관련 업체 등이 협력해 TGCC(위대한 케이블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각 지역에 케이블 수거함을 다량 설치해 약 100만개의 케이블을 수거하는 게 목표다.
UN은 2023년 케이블을 포함한 전자폐기물에 내장된 재료 가치만 910억달러(한화 약 132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2022년 전자폐기물 재활용률은 22.3%로 집계됐다. 약 707억달러(한화 약 103조원)의 재료가 그대로 버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