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사상 최고가’ 빛나는 金…金 ETF 순자산 증가액 ‘전체 1위’ [투자360]

‘ACE KRX금현물’ 순자산총액, 설 이후 972억 증가…941개 ETF 중 최대
KRX 금시장 금현물 1kg 15만원 육박…최초 日1000억원대 거래대금
2월 들어 401개 전체 韓 ETN 수익률 1·2위 ‘금현물’ 투자 상품 휩쓸어
증권가 “올해 국제 금 가격 온스당 3000달러 도달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신동윤 기자 제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포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글로벌 대표 ‘안전 자산’인 금으로 투심이 쏠리고 있다. 설 연휴 이후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 증가액이 국내 전체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6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4일 종가 대비 지난 4일까지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총액은 972억원이 증가(7063억→8035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총 941개 ETF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해당 기간 ‘ACE KRX금현물’ ETF의 수익률은 8.98%(1만8545→2만210원)으로 국내 전체 ETF 중 6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익률 덕분에 개인 투자자의 투심도 쏠렸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ACE KRX금현물’ ETF를 1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4일까지로 범위를 넓힐 경우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은 593억원으로 늘어난다.

‘ACE KRX금현물’ ETF는 국내 유일의 금 현물 투자 ETF다. 기초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지수’다. 해당 지수는 지난달 24일 종가 대비 지난 4일까지 8.44%(3056.77→3314.64)나 올랐다. 전날 하루 만에 ‘KRX 금현물지수’는 4.58% 추가 상승하면서 3466.36이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무리했다. 장중엔 3506.93으로 35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99.99(현물)’ 1g의 가격은 14만7820원으로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장중에는 14만9550원까지 오르면서 15만원 고지 턱밑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 5일 하루에만 금현물 시장에 몰린 거래대금은 1052억원으로 시장 개설 이래 최초로 1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최대 규모를 찍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인 251억원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난 3일 557억원, 4일 690억원에 이어 사흘 연속 거래대금 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상황이다.

최근 10거래일 간 KRX 금시장 ‘금현물’ 종가 및 거래대금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5일(미 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oz)당 2882.35달러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금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총 401개 ETN 중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 KRX금현물 Auto-KO-C 2810-01(+10.75%)’ ETN이, 2위는 ‘삼성 KRX금현물(+10.11%)’ ETN이 나란히 차지했다. 기초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ETN 상품까지 모두 포함해 비교했을 때도 금현물 추종 ETN 2종의 수익률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두드러졌다.

금현물과 함께 금 선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미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5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금 선물가는 장중 온스당 2905.94달러로 2900달러 고지를 터치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심화되며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4일(미국 동부시간) 금값이 장중 온스당 2845.1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관련 ETN도 줄줄이 올랐다. ‘KB 레버리지 금 선물’ ETN 3.09%, ‘삼성 레버리지 금 선물’ ETN 3.05%, ‘메리츠 레버리지 금 선물’ ETN 2.89%의 수익률을 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선제공격 후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반격으로 이어진 미·중 관세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대화를 통한 극적인 타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과 EU 측의 맞대응 의지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 각종 주요 원자재에 관세가 붙고 있는 만큼 이번 무역 전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인 금 거래가 늘어난 이유다.

국내 증권가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6개월 만에 금 매입을 재개했고, 트럼프 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 신흥국의 금 매입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 부담이 커져 점진적으로 조정 장세를 맞이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씨티 등은 올해 금 시장 전망을 내놓으며 해당 목표가를 제시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의 금 매입 증가 등이 국제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면서 “국내 금값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정치적 불안정성이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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