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 동편에서 위계 낮은 건물 추가 발견
당초 월지 서편 건물은 왕의 공간으로 추정
추가 발견 수정 목걸이…사로국 의례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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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 동편 Ⅱ-나지구 대형건물지 전경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경주의 역사가 다시 쓰인다. 왕위 계승자인 신라 태자가 거처한 동궁의 위치가 새롭게 밝혀지면서다.
국가유산청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6일 동궁이 그동안 알려졌던 궁궐 내 호수인 월지의 서편(하단 사진·Ⅰ-가지구, A건물지)이 아닌, 월지 동편(Ⅱ-나지구)에 위치해 있었다고 밝혔다.
최응천 청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지를 조성하는 단계부터 왕과 태자의 공간이라는 위계 차이를 고려해 동궁 건물의 경관 조성도 계획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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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궁과 월지 조사구역 구획도 및 발굴조사 유구 배치도 [국가유산청] |
당초 동궁이 위치한 것으로 보였던 월지 서편의 대형 건물지는 그간 월성의 동쪽 방향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태자의 공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곳 일대에서 679년을 의미하는 ‘의봉 4년’이 새겨진 기와가 나왔고, 동궁을 연결할 만한 여러 유물이 출토되면서다.
의봉은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뤄낸 시기 중국을 통치한 당나라 고종의 아홉 번째 연호를 말한다. 다만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대지 위에 위치하고, 건물 자체의 위계가 높은 점 등으로 인해 월지 서편 건물지를 동궁으로 확정 짓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월지 동편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월지 동편 건물지를 동궁으로, 당초 동궁으로 추정했던 월지 서편 건물지는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게 됐다. 최 청장은 “월지 서편의 건물지는 주변보다 지대가 2m가량 높다.
건물도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동쪽(정면 5칸, 측면 4칸)보다 크다”며 “따라서 ‘왕의 위계’를 강조하는 최상위 건물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경열 학예연구사도 “새롭게 발견된 (월지 동편) 동궁지가 진짜 동궁지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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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물 출토 위치 [국가유산청] |
월지 동편에서 출토된 두 유물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게 국가유산청 측의 설명이다. 우선 2017년에 발견된 상아를 깎아 만든 정육면체 주사위는 코끼리 상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태자가 가지고 놀았던 최고 수준의 놀이기구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어 2022년에는 얇게 편 금박에 섬세하게 화조도를 새긴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태자가 기거한 동궁의 일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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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일대에서 추가로 출토된 또다른 개 유골 [국가유산청] |
국가유산청은 최근 추가 조사에 따라 월성 일대에서 3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의미심장한 유물도 추가 발굴해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연구진은 의례 제물로 바쳐진 개의 유골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 또 다른 개로 추정되는 뼈를 더 확인했다.
두 마리 개는 대칭을 이루듯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개의 크기는 약 46㎝로, 지난해 발견된 개(60㎝)보다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와 둥근 고리가 달린 칼, 청상아리 이빨 12개, 1200여 알이나 되는 콩들도 발굴했다.
최 청장은 “특히 당시 고급품인 옻칠된 나무상자에서 확인한 수정 목걸이는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돼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라며 “진한 12국 하나로서 경주 일대에 형성된 초기 국가 단계인 사로국 시기 신라의 의례 모습을 밝히는 주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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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 [국가유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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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목걸이에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
한편 월지 일대는 과거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연못이라는 의미의 ‘안압지’(雁鴨池)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2011년에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까지 부속 건물인 누각 3채가 복원됐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월성 일대 유적 조사·정비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약 2902억원이다.
발굴 조사 자문에 참여한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그간의 조사 성과를 토대로 ‘왕궁과 월지’, ‘동궁’ 등에 대한 문화유산 정보도 명확하게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