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딥시크. [로이터] |
SKT, 카카오, LGU+ 등 국내 ICT 기업도 사용 금지
“키보드 입력 패턴, IP 정보 등 싸그리 수집, 중국 서버 저장” 경고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딥시크 충격은 예견된 일이다. 우리도 딥시크가 될 만한 모델이 10여개 있다. 빨리 인프라를 구축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이용자 데이터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민간 기업에 ‘딥시크 금지령’이 확산하고 있다. 딥시크가 전 세계에 던진 파장이 어마어마한 만큼, 딥시크가 더 확산하기 전 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면에는 국내 AI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정부와 기업의 ‘다급함’도 반영됐다. 딥시크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동안, 국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AI 모델’ 등장이 시급하다. 업계에선 딥시크 금지령으로 당장 시간은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는 한 글로벌 ‘AI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보·외교 등 국가 핵심 기밀 유출 우려…범부처·기업 딥시크 경계령=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딥시크 발 충격에 대해 “딥시크가 근본적으로 판도를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각도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비용·저전력으로 AI의 성능을 높이려는 시도는 (딥시크 전에도) 있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새 모델을 만들어 내는 전쟁이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빨리 인프라를 구축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장을 확보하겠다던 기존 계획도 3~4년 더 앞당기기로 했다. 유 장관은 “2026년 말, 늦어도 2027년 초까지는 3만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올해 1만5000장 정도는 구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딥시크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
정부는 딥시크에서 불거지고 있는 과도한 데이터 수집 논란부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생성형 AI 사용 과정에서 국가 기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뤄진 조치다.
당장 민감한 기밀 정보를 많이 처리하는 외교와 안보, 통상 분야 정부 부처들이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행정안전부도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딥시크와 챗GPT 등 생성형 AI 사용에 유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입력을 자제하고,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기술을 다루는 한국수력원자력도 ‘중국 AI 서비스 딥시크 사용 금지’라는 제목의 공문을 게시했다. 한수원은 기존에도 원전 관련 보안을 위해 챗GPT를 업무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국내 대표 ICT 기업들도 딥시크 사용을 속속 금지하고 나섰다. 오픈AI와의 공식 파트너십을 발표한 카카오는 최근 “딥시크의 사내 업무 목적 이용을 금지한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국내 ICT 기업이 딥시크 사용을 차단한 첫 사례다.
SK텔레콤은 보안공지를 통해 “딥시크는 과도한 정보 수집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용에 주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LG유플러스도 딥시크 사용 금지에 대한 정보보안 안내문을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사내망에서 딥시크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딥시크의 보안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직원 개인 PC를 이용해서도 딥시크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권고했다.
네이버는 딥시크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대화형 AI 서비스 이용에 대한 주의사항’에 따라 외부 서버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형태의 서비스는 업무 목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 |
딥시크 [AP] |
▶“정보 싸그리 수집, 중국 서버에 저장”…국내 AI 경쟁력 확보, 마지막 기회= 딥시크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데이터 수집에 대한 경고는 이미 곳곳에서 나왔다.
국내 대표 AI 전문가로 꼽히는 하정우 네이버 퓨처 AI 센터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딥시크의 프라이버시 약관 정책을 공유하면서 “사용장비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이나 리듬, IP 정보, 장치 ID 등은 기본에 쿠키까지 싸그리 (수집한다)”면서 “당연하게도 수집한 사용자 정보는 중국 내에 있는 보안 서버에 저장(한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딥시크 차단 조치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론 각 정부 차원에서 이미 발 빠르게 딥시크 사용 금지 조치에 나서고 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주 등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아예 앱 마켓에서 전면 차단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도 딥시크의 위험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딥시크 보안 안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을 번 만큼, 국내 자체 AI 모델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다급함도 커진다.
ICT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딥시크의 안전성 우려는 오히려 국내 AI 기업에겐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라며 “세계적 대열에 합류할 AI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