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무역적자 ‘사상 최대’…달러 강세 영향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해 미국이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2024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9천1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천335억 달러(17%) 증가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역대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수출이 3조1천916억 달러로 전년보다 1천198억 달러(3.9%) 늘었으나, 수입이 4조1100억 달러로 2533억 달러(6.6%)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 증가의 원인이 했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비싸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 가격은 저렴하지만, 반대로 미국을 떠나는 수출품 가격이 비싸진다.

교역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2천954억 달러로 가장 컸다.

뒤이어 유럽연합(2356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베트남(1235억 달러), 아일랜드(867억 달러), 독일(848억 달러), 대만(739억 달러), 일본(685억 달러) 순으로 미국의 적자 폭이 컸다. 한국은 660억 달러로 일본에 이어 9번째였다.

지난해 세계 주요 경제권의 경기가 부진했던 반면 미국은 지난해 2.8%의 강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나 홀로 호경기’를 유지한 게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을 늘린 주된 배경이 됐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강한 달러화 가치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수입품을 많이 소비한 게 수입을 대폭 늘리는 요인이 됐다.

반면 미국 제조 기업들은 강한 달러화 가치 탓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엔진 수출의 감소 폭은 전년 대비 108억 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외국인의 미국 여행이 늘고, 금융 서비스 수출이 늘어난 게 서비스 수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얻은 것도 미국의 무역 적자 확대에 기여했다.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제조공장이 있는 아일랜드는 비만 치료제 수출로 미국이 무역 적자를 입는 국가 중 5위로 부상했다.

한편 작년 12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984억달러로 전월 대비 195억달러(24.7%) 증가했다. 적자 폭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68억달러 적자)를 웃돌았다.

수출이 2천665억달러로 전월 대비 71억달러(-2.6%) 줄었고, 수입이 3649억달러로 전월 대비 124억달러(3.5%)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 증가를 초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전쟁 포문을 열면서 미국의 무역수지 양상은 향후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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