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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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헤리티지 파크에서 19세기 시간여행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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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카우보이들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 주도는 아니지만 최근 주 내 인구 제1도시로 올라선 캘거리에 가면, 선주민 문화와 유럽에서 온 이주민 문화, 빅토리아시대 문화를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기사하단에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 글 싣는 순서 있음
아울러 로키의 관문으로서 자연생태의 청정미와 캐나다 내 대표적인 풍요의 도시 답게 현대적이고 도시도시한 매력을 함께 지닌다. 로키의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보우강이 캘거리 한복판을 관통한다.
캘거리 도심에서 약간 남쪽, 서울로 치면 동작-관악 쯤 되는 곳, 160만~170만명의 상수원인 글랜모어 인공호수 근처엔, 선주민의 민속 부터, 유럽발 이주민이 일군 빅토리아시대 문화까지 재현해 놓은 마을이 있다. 20만평 규모의 헤리티지 파크(Heritage Park Historical Village)이다.
▶서부의 총잡이가 거칠게 말 걸 것 같은..
서울은 경안천 북쪽 북한강 상류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데, 캐나다 캘거리의 식수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환경 보존과 청정자원 활용의 모범국가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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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헤리티지파크에 있는 피터프린스의 집, 트레이시 도슨트 |
헤리티지파크 투어는 선주민에 대한 알버타주의 공식 감사인사 부터 하고 시작한다. ‘선주민이 주인인 땅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는 참회 섞인 인사말 세레모니이다.
황야의 두 건맨이 앞마당에서 권총 빨리 쏘기 대결을 벌일 것 같은 여관겸 술집 건물도 보이고, 선주민이 쓰던 막사 또는 티피 텐트도 설치해 두었다. 주말엔 150년전 시간여행을 떠나는 공연도 펼쳐진다. 대부분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북미 개척에 대한 유적들이고, 실제로 상당수 건물에 원래 집주인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 인사를 하고, 이 파크에 대한 한글설명서도 만든 샌디웨일드 씨가 반갑게 한국인 탐방객들에게 말을 걸고, 도슨트 트레이시는 빅토리아 시대 복장과 어투로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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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파크가 끼고 있는 그랜모어 호수는 도심 상수원이다. |
피터프린스의 집은 카나나스키스에서 채취한 목재를 보우강으로 이동시켜 큰 돈을 벌어들인 다음, 앤 여왕의 궁전처럼 지은 고택이다.
대장간에는 망치질 소리가 들리고, 베이커리에선 빵굽는 냄새가 난다. 현존하는 가업이다.
브래드피트가 영화 속에 수염을 깎은 이발소도 있고, 옛 증기기관차 기차역, 옛 마차역, 허드슨베이 무역회사 건물, 마르틴 교회 등이 남아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예쁜 색감의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주홍빛 번즈 가축장의 헛간이다.
마을 길을 걷다 보면 금방이라도 카우보이 모자 쓴 총잡이가 거칠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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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파크에 있는 선주민의 텐트 티피 |
▶텐트속 선주민이 반갑다고 부를 것 같은..
요즘 옐로나이프 관광객들의 오로라 관측 대기 막사로 쓰이는 티피 텐트촌을 지날 땐, 동북아시아인을 닮은 선주민들이 “어이, 캔모어(큰머리) 한국 아재~ 이거 잡솨봐!”라고 반갑게 불러줄 것 같은 기대감도 갖는다.
귀신이 나온다는 프린스턴하우스의 이야기는 강원도 산촌 같은 얘기이다. 목조 가옥이다보니 나무가 가장 빨리 썪을 우려가 있는 화장실을 집 밖에 두었는데, 자연히 밤에 볼 일 보러 갈때의 공포심은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등등 수많은 귀신 이야기를 낳았던 것이다.
캘거리의 목조가옥은 1886년 대화재 이후 급감한다. 샌드스톤(사암)으로 지은 집이 급격히 늘었다.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왔으니, 귀신얘기도 확 줄었을 것이다.
가솔린 박물관, 헤리티지 스퀘어 상점, 레스토랑도 있다. 초기 서부 캐나다 역사에 대해 자세한 체험형 인문학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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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파크 번즈 헛간 |
180개 이상의 건물과 전시품을 탐험하면서 모피 상인, 원주민, 철도 노동자, 빅토리아시대 귀부인, 100년 이상된 근대학교 교실의 선생님 등을 만난다.
헤리티지 파크는 원주민 식당차, 오래된 앤티크 자동자 전시장 관람 등 특별한 체험도 제공한다.
상수원인 그랜모어 호수 주변길을 산책하며, 마치 이 도시에 내 집이 있는 양, 캘거리의 서정을 호젓하게 흡입할 수도 있겠다.
▶고된 카우보이, 북미 서부를 개척하다
헤리티지 파크에서 북쪽으로 3-4km만 가면, 캘거리 도심 한복판, 로키의 빙하가 녹아 내려 흘러온 보우강과 엘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카우보이 문화의 거점인 샘센터가 있다.
샘센터는 매년 7월 열리는 스탬피드 카우보이 축제의 헤드쿼터이자, 사계절 카우보이 문화 상설 전시장, 상설 선주민 공연장이다. 112년 역사의 스탬피드와 스탬피드의 서부 이야기와 다채로운 캐릭터가 연중 전시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몰입형 예술을 통해 방문객들은 생생한 100년전 상황을 보여준다.
소몰이꾼, 카우보이 문화는 캐나다 등 북미 개척의 상징 처럼 여겨지지만, 원래는 스페인의 소방목장 바케로(Vaquero)에서 유래됐다. 스페인 출신의 이민자들이 아메리카로 이주해오면서 전한 방목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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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센터의 몰입형 미디어 공간 |
카우보이들은 목축노동을 하여 서부를 풍요로운 지역으로 만드는데 힘썼으며, 북미 이주민들의 아메리카 개조를 향한 개척자 정신, 용기·독립·자립을 대변하게 된 것이다.
소를 길러 북미 전역에 공급하면서 돈을 벌고 캐나다 국민에게 활력을 주었으며, 번 돈으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번영의 마중물을 부은 것이다.
‘Better Each Day(더 나은 내일, 일신 우일신)’ 슬로건은 카우보이와 초기 캐나다 발전과정이 궤를 같이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샘센터는 카우보이 문화와 매년 7월에 열흘 동안 열리는 카우보이 문화의 향연 스탬피드 축제의 면면을 잘 보여준다. 스템피드는 동물들이 떼지어 달려가는 것을 뜻한다. 카우보이가 주도하는 소몰이 풍경이다.
카우보이 업무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드센 소들은 통제하고 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유럽인 카우보이와 총칼 앞에서 유럽 불청객들의 노예가 된 선주민들이 참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7월 카우보이축제
스템피드축제 영상실과 전시관에선 이탈하는 소를 몰아세우는 현란한 승마동작, 바이슨 등 위험 천만한 야생 출신의 소들을 올가미로 낚아채는 모습, 야생 소와 말를 길들이는 로데오 등이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데, 이는 축제때 마차경주와 함께 핵심 경연종목들이다. 혼신의 에너지를 쏟는 이들 경연을 샘센터 사람들은 ‘Heart Race(온마음을 다한 경연)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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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에 열흘간 열리는 캐나다 캘거리의 스탬피드 카우보이 축제 |
7월 축제의 개회식 격인 스탬피드 퍼레이드는 여러 나라에서 모인 인디언 추장, 기마경찰, 행군 악대, 지역 예술인이 캘거리 전역을 누비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스탬피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로데오이다. 전 세계에서 결집한 카우보이와 카우걸이 가장 화려하고도 과감한 기술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야외 로데오 대회이기 때문이다.
베럴 레이싱(통 굴리기), 불 라이딩(황소 타기), 타이-다운 로핑(로프 던져 들소 제압하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종목이 준비되어 있으며, 토너먼트의 우승자에게는 각각 1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고, 챔피언십 당일 우승자에게는 총 100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스탬피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수여된다.
저녁이 되면 캘거리 스탬피드는 화려한 불꽃으로 캘거리 하늘을 수놓고 성대한 이브닝 쇼가 펼쳐진다. 치지 코리안 콘독 등 카니발 음식부터 튀겨낸 소프트 크랩 번 등 특별 메뉴 미식상이 축제장 곳곳에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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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템피드 카우보이 축제 불꽃 놀이 |
스탬피드는 새로운 패션, 새로운 기계의 경연장, 즉 도시 박람회 역할도 했다. 번영이 밀알이 되는 기술혁신과 문화산업의 발전을 이 축제가 견인했던 것이다.
스탬피드의 영향으로 캘거리는 ‘스탬피드 시티’, ‘카우타운’ 등의 별칭도 얻었다. 캘거리 풋볼 리그 팀은 1945년 스탬피드의 이름을 딴 ‘스탬피더스’가 되었다.
▶선주민 프린세스의 환대
이곳에선 선주민 프린세스가 이끄는 공연팀의 전통공연도 보여준다. 2024년 알버타주 두명의 공주 중 선주민 대표 마가레트는 북을 치는 고수 베네사와 함께, 어딘가 동양미가 느껴지는 아메리카 선주민의 전통춤을 신명나게 추었다. 그리고는 한국인 탐방객에게 한국어 인사를 한뒤, 일일이 친필 싸인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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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프린세스 선주민 대표공주로 선발된 마가레트의 공연 |
캘거리와 주도인 에드먼튼은 포크 음악 페스티벌을 포함한 많은 연례 페스티벌과 이벤트를 연다.
에드먼튼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에드먼트 ‘유산의 날’ 페스티벌에는 70개 이상의 민족이 참여한다.
에드먼튼 처칠 스퀘어는 여름철에 열리는 미식축제(A Taste of Edmonton)와 예술디자인축제(The Works Art & Design Festival)의 본거지이다.
한편 캐나다 알버타 주는 한중일 처음으로 강원도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그 이후 홋카이도, 흑룡강성 등과 자매 주가 되어 적극적으로 동북아시아와의 문화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계속>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4.10.5. ○눈부신 단풍국 캐나다, 김연아의 알버타가 뜬다-다시갈지도 ▶10.6 ○실경 PC 배경화면, 알버타 밴프 ‘4분기 버킷’ 어때요? ▶10.14 ○캐나다 한국인 단풍여행 ‘톱3’ 진입..밴프 ‘가정식 오로라’는 덤 ▶10.19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①아, 로키..서쪽에서 맞는 일출, 기막힌 루비 보석 ▶10.21 ②로키, 과잉 관광-산중 숙소 신축 엄격 통제..빈 방 알림 ▶10.22 ○캐나다 알버타주 관광청, 로키·밴프 진면목 알리기 적극 행보 ▶10.25 ③밴프의 긴 성탄·겨울축제..김연아 처럼 레이크루이스 즐기기 ▶11.1 ④오로라 ‘대목’ 시작..캐나다 알버타 ‘가정식 오로라’, 예상 못한 감동 ▶11.7 ⑤로키에 온천이? 별밤·메이플시럽 달달한 캐나다 겨울 ▶11.11 ⑥로키에 오르면 걸작을 빚는 지구의 숨소리가 들린다 ▶11.20 ⑦G20 정상회의 열릴, 로키의 관문 카나나스키스 ⑧캘거리 옆 카나나스키스, 본게임 같은 전초전 ▶12.12 ⑨로키 캔모어 세 자매봉 전설 따라 삼만리 ▶12.29 ⑩글라시와 캔모어의 매력 플러스 “I Can More” ▶2025.1.22. ⑪알버트의 아내로 살고팠던 빅토리아 여왕, 그녀를 토닥인 알버타 부부와 로키 ⑫‘응답하라 1988’ 서울-캘거리 인연, 가볼만한 곳 ▶2.6 ⑬옥저海 건너와, 자기 땅에서 유배된 북미 선주민들 ⑭카우보이, 총잡이가 부를 것 같은 캘거리 시간여행 ▶2.12 ⑮백두산 높이에서 컵라면 먹고 3000m 고지로..모레인-라치 5월 열린다 ▶2.19 마릴린먼로 깁스하고 골프, 슈퍼리치의 밴프스프링스 도전! 레이크루이스 트레일, 고진감래 비하이브 ▶2.26 로키 최고 절경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라바 닮은 괴물 빙하 ▶2.28 세계 최고의 상 받은 캘거리·캔모어 푸드투어 카우보이 목장·선주민 텐트촌 지나 만나는 로키의 빙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