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서방 동맹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5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강제 이주에 반대한다”며 “이는 국제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자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take over)”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공존)을 저해하고, 이집트와 요르단을 비롯한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미래는 제3국의 통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틀 안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추방돼서는 안 된다”며 “가자지구는 요르단강 서안이나 동예루살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 땅으로, 이 지역들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기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사를 무시한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또 다른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도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와 서안의 고향에서 살고 번영하는 걸 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어디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이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으로, 가자지구를 책임질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을 이주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것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 휴전 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이날도 거듭 팔레스타인 주민이 재건 의무를 맡아 현지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신속한 재건을 촉구했다.
이집트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바드르 압델라티 장관은 카이로에서 무함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집트 외무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