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심사기?…일본·인도 정상회담 히든카드는 [디브리핑]

7일 일본·11일 요르단·13일 인도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각국의 정상들. 왼쪽부터 일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뉴시스/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각국의 정상들. 왼쪽부터 일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뉴시스/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동맹국들과의 정상회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시작으로 오는 7일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11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부과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핵심 의제와 더불어 각국의 정상들이 어떠한 ‘당근’을 제안할지 주목된다.

이시바, ‘아베 벤치마킹’ 만반의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

오는 7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정상회담에 공을 들여 왔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외교·국방장관 회담(2+2) 조기 개최와 미일 국방 협력 심화에 합의할 전망이다.

특히 양국은 경제와 안보, 대중국에 대한 내용이 핵심인 공동 성명에 서명할 예정이다. 관세 부과를 무기로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이 기여하고 있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방위비 인상 압박을 가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군의 일본 주둔비, 일본 방위비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방위 장비품 구입을 확충할 의향을 표명할 예정이다.

또한 관세로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은 미국에 대한 최대 직접 투자국이며, 일본 기업이 미국 내 고용 창출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이 2019∼2023년 5년 연속 대미 투자 1위 국가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밀월’ 관계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던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행보를 참고할 것이라고 6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과거 아베 전 총리의 전속 통역사였던 다카오 나오 외무성 실장이 통역을 맡게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아베 전 총리의 전속 통역사였던 다카오 나오 외무성 실장을 ‘리틀 총리’라고 부르며 신뢰를 보였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최근 측근들과의 회의에서 트럼프의 성향과 행동 원리를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며 “이시바 총리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한 고위 간부는 ‘총리께서 일주일 전부터 매일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반대” 요르단 국왕과 가자지구 논의

 

지난 2019년 요르단과 키프로스,그리스 3자 회담이 암만 후세이니아 궁전에서 열린 가운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손님을 맞기 위해 넥타이를 여미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킬 유력한 국가로 이집트와 요르단을 거론한 만큼 오는 11일 예정된 요르단과의 정상회담에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등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접점이 예상된다.

앞서 요르단을 포함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등 아랍 5개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3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떠나기를 원치 않고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명백히 지지한다”면서 “가자지구의 재건은 가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황폐화 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토지 소유권을 빼앗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4일에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다음 날인 5일 강제 이주를 포함한 모든 계획에 대한 거부 의사를 보였다.

모디, 관세 대비해 이미 유화적 제스처…머스크와 조우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20년 2월 인도 뉴델리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양자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 회견을 위해 도착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

오는 13일 정상회담을 앞둔 인도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미국 간 무역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내 인도인 불법체류자 문제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협력 강화 방안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도는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부르며 관세를 통해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것에 대비해 관세율을 낮추기로 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이미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도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2025∼2026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예산안을 공개하며 현재 13%인 평균 관세율을 11%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군사 장비 구매부터 에너지 공급, 인공지능(AI) 협력에 대한 대대적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매체는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 일정이 하루밖에 되지 않지만, 방미 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조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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