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형 펀드 50조원 돌파…국내펀드 턱밑 추격

설정액 올 들어 2.2조 증가
국내펀드와 불과 1.1조 차이
투심 해외 쏠림현상 가속화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51조를 넘어서며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을 바짝 따라잡았다. 국내증시의 부진한 성적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로 대거 유입된 탓이다.

연초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지만 투심은 해외주식형펀드 로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5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1조3627억원으로 올 들어 2조 2705억원 증가했다. 지난 16일에는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날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2조5125억원으로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과 비교했을 때 불과 1조1498억원 차이다. 지난 한 달 간 자금 유입 규모 차이가 커지면서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2617억원 유입됐지만 해외주식형 펀드로는 2조4230억원이 유입됐다. 해외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분은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증가한 영향이 대부분이다. 올해 초 24조원대이던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6조원대로 커졌다.

수익률은 설정액 추이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79%에 그쳤지만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99%로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만큼 올해부터는 다시 수익률이 반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4.49%로 해외주식형(-0.93%)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3.45% 상승했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높은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잘 나가던 미국 AI 기술주가 중국의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투자 업계는 해외주식형 펀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의 ETF 자금 유입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등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해외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입되었다면 지금은 미국 ETF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면서 북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8년 국내와 해외주식형 펀드 모두 수탁고가 정점을 찍었고,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왔다”라며 “이는 국내증시의 부진뿐만 아니라, 주로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되었던 해외주식형 펀드 역시도 EM시장의 부진으로 실망한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주식형 펀드 역시 ETF로의 자금유입이 큰 편”이며 “국내주식형 펀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장은 “최근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매크로 환경과 산업환경이 맞물려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가장 중요한 핵심 산업인 AI가 미국 및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ISA 및 연금 계좌 내에서 배당세액 제도 개선 및 국내 주식 투자 활성화 정책에 대한 부분이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주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