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禁·여성 서사·사극…‘원경’, ‘옥씨부인전’ 이어 ‘춘화연애담’도 뜰까

‘춘화’ 소재 금기 깨는 티빙 ‘춘화연애담’
‘원경’ ‘옥씨부인전’ 잇는 여성 사극 기대감


배우 장률(왼쪽부터), 고아라, 강찬희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남녀가 유별한 시대, 별안간 파격 연애담을 담은 ‘춘화집’이 대히트를 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아찔한 수위의 연담집. 이 요상한 그림 속 주인공이 공주라는 ‘희대의 루머’가 도성 안을 뒤흔들자, 궁에선 공주 혼인에 속도를 낸다. 19금(禁), 여성 서사를 표방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이다.

드라마의 구원투수는 배우 고아라다. 그가 맡은 역할은 여주인공 화리 공주. 가상국가인 동방국 왕후 소생의 적통 공주로, 당차고 거침없다. 당초 이 역할엔 배우 고아성이 캐스팅됐으나, 개인 일정 중 부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으며 하차하게 됐다.

고아라는 최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빠른 검토를 부탁한다며 대본을 늦은 시간에 전달받았다”며 “다른 사극과 달리 대사가 술술 읽혔고, 무엇보다 화리의 성격에 공감이 많이 가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아라가 무려 10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이유다.

사실 고아라는 5년 만의 복귀 드라마로 이미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었다. 게다가 ‘전통 사극’이었다. 그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찍으려고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을 고사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고 웃으며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데, 화리의 선택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춘화연애담’은 소재는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기존 사극의 전형성을 깬다. 드라마는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가 자신의 신랑감을 직접 고르겠다고 선언,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장률 분)과 1등 신랑감 장원(강찬희 분)이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간다.

배우 고아라 [연합]


연출을 맡은 이광영 감독은 “(‘춘화연애담’은) 남녀가 유별하던 가상의 어느 시대에, 춘화연애담이라는 파격적인 연담집이 유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연담집이나 수위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찍진 않았다. 춘화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 이야기를 누가 썼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사 대표님이 어린 시절 헌책방에 갔다가 고서적을 펼쳤는데 깜짝 놀라 덮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방에서 나오며 ‘옛날 책인 거 같은데, 도대체 이걸 누가 썼을까?’라는 생각에 이 드라마가 기획됐다”며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를 만든 건 ‘왜 이런 시대에, 이런 책을 썼을까’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수위 자체가 큰 도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의 중심엔 고아라가 연기하는 화리 공주가 있다. 그는 “화리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소녀에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성숙한 모습의 여인으로 변해간다”고 했다.

고아라는 화리의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점도 상당 부분 발견했다. 그는 “(연기하는) 인물의 성격을 환경으로부터 구축하는 편인데, 저랑 닮은 면이 많으면 표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호기심도 많고, 할 말은 해야 하는 면모가 아주 비슷하다”며 “철부지 시절을 그릴 땐 내가 어렸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며 작품에 많이 담으려 했다”며 웃었다.

도성 안의 아이돌 최환 역을 맡은 장률은 첫 사극 도전이다. 그는 “작품을 읽을수록 ‘양파 같은 매력’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야기를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고, 환이도 뒤로 갈수록 인물의 내면이 드러나며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이 인물을 표현하며 나도 성장하지 않을까 싶었다”는 말로 출연 계기를 전했다.

그 시대의 ‘일등 신랑감’인 이장원 역의 강찬희는 “대본을 읽으며 화리 공주라는 인물을 따라가는 것이 무척 재밌었다”며 “장원이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멋진 캐릭터라, 저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한승연 [연합]


드라마는 ‘춘화’를 소재로 한 만큼 수위 높은 노출 장면도 빠지지 않는 19금 사극이다. 이장원의 동생 지원 역을 맡은 한승연은 재색을 겸비한 규수로 19금 연기의 무게를 안고 있다. 그는 극중 수위 높은 신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제 이미지 때문에 ‘한승연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지만, 사실 데뷔할 때부터 저는 어른이었다”며 “(19금 연기는) 캐릭터가 가진 사랑에 대한 서사를 표현하면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라 생각했다. 감독님과 함께 충분히 이야기하고, 상대 배우와도 이야기해서 예쁘게 만들려고 신경을 썼다. 사랑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19금 소재와 여성 서사로 시대의 금기를 깨고 관습을 넘는다. 태종 이방원의 아내인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경’(tvN), 대표 여성 서사 사극 ‘옥씨부인전’ 등 최근 시청자와 만난 사극이 보여주는 일련의 흐름이 이 드라마에도 담긴다.

이 감독은 “(최근의) 사극 열풍을 ‘춘화연애담’이 잇길 바란다. 로맨스 사극을 만들며 주제 의식을 무엇으로 가져갈지 생각을 많이 했다”며 “우리가 지켜야 할 좋은 관습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관습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관습을 우리식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습을 깨나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연대가 부각된다. 여성의 연대가 극에 다다르는 장면에서, 실제로 촬영장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꼭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6일 낮 12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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