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기소 설계자’의 공개사과…檢상고 동력 잃나

상고 명분 약화, 상고심의위 회의 결론 촉각
수사·기소 주도한 이복현 금감원장 사과
“기소 논리 제가 작성, 충분하치 못했다”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무시, 기소 강행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를 표명하면서 검찰의 상고 여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아보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검찰은 일단 서울고등검찰청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7일 비공개로 열리는 상고심의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이 회장의 ‘10년 사법 리스크 완전해소’를 가늠해볼 1차 잣대가 될 전망이다.

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부터 기소까지 진두지휘했던 이복현 원장은 지난 6일 “(기소 논리가)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고 단단히 준비돼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사흘 만이다.

수사 책임자가 검찰을 떠난 이후 자신이 맡았던 과거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 검찰이 짊어진 공소유지 및 상고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3~4년 전에 검찰을 떠났기 때문에 이후 공판 업무를 수행한 후배 법조인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다면 사과한다”며 1·2심에 걸쳐 공소유지를 맡았던 현 검찰 후배에게도 미안함을 전했다.

이로써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3심까지 끌고 갈 명분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고심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검찰의 무리한 수사 및 기소에 대한 지금의 비판적인 여론만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6월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 있던 2020년 당시 이 회장을 수사하면서 기소 논리를 직접 설계한 인물이다.

당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의 의견으로 이 회장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해 9월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이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이미 한 차례 기각된 데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까지 무시하면서 기소를 강행해 무리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배임 혐의까지 추가해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다만 회사와 주주들에게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과 비율 등에서 배임이 인정되지 않고 재산상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2020년 9월 1일 이복현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기소한 시점을 기준으로 재판은 총 4년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1·2심 재판 기간 이 회장은 총 102회 법정을 드나들었다. 그 사이 삼성전자 반도체·가전 사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지만 이 회장은 재판 준비와 법원 출석 등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최종 벗어날 지는 검찰의 상고 여부에 달렸다. 상고 기한은 오는 10일까지다.

검찰은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의견을 먼저 듣고 상고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다만 형사상고심의위원회가 제시한 의견은 강제력이 없다. 결국 검찰이 형사상고심의위의 권고를 얼마나 비중 있게 받아들일 지에 관심이 쏠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1심과 2심이 공교롭게도 전부 다 무죄로 판단했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만약 사건이 3심으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돼 삼성전자를 둘러싸나 미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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