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예금 상품은 이미 2%대로 뚝
우대조건 갖춰야 가까스로 3.0% 수준
예금 금리는 빨리, 대출 금리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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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의 한 거리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은행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낮추면서 연이율 2%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영향이다. 대출 금리가 최근 들어서야 서서히 낮아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출 금리는 천천히, 조금씩 내리는 반면 예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더 빨리 내리는 은행 행태 결과로 풀이된다.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6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기본금리 기준 2.7%, 최고금리 기준 3.02%로 파악됐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최고금리가 3.0%를 턱걸이했고 우대금리를 뺀 기본금리만 보면 최저 2.4% 수준으로 분포됐다. 이는 6개월여 만에 0.5%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이다.
특히 장기 상품의 경우 최고금리가 2%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연내 두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장기 금리를 큰 폭으로 조정한 까닭이다. 3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NH농협은행이 최고 2.8%로 그나마 높은 편이고 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2.5~2.65% 수준이다.
예금 금리 하향으로 정기예금 자금도 이탈하는 분위기다. 각 사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299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7918억원, 두 달 전보다는 25조920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지속돼 온 증가세가 완전히 꺾인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단기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통상 돈을 오래 묶어둘수록 금리가 높지만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비교적 높은 금리로 예금에 가입하려는 막차 수요가 단기 상품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1월 말 기준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반년여 만에 1조3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가파르게 내리고 있는 것과 달리 대출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앞서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방패 삼아 가산금리를 높였고 이러한 조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평균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오름세를 보여 왔다.
최근 어닝 시즌을 맞은 은행이 줄줄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 달성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4대 은행의 신규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차이)는 평균 1.46%포인트(p)로 넉 달 연속 확대됐다.
예금 금리 하향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주식, 가상자산은 물론 금이나 채권,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불확실성을 피해 여유 자금을 묶어두고 싶은 소비자라면 그나마 금리가 높은 단기 상품을 연속 가입하거나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 장기 상품에 들어가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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