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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에서 한 고객이 거래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국내 일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밈코인을 졸속 상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해 특별한 사용처가 없고 가격 변동성이 큰 코인을 신중한 검토 없이 급하게 상장해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피셜 트럼프(TRU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전 만든 코인으로, 명확한 사용처가 없는 밈(meme) 코인이다.
6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발행된 오피셜 트럼프는 약 5조 1726억원(약 35억 7844만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문제는 특별한 사용처 없이 농담이나 패러디 등에 기반해 만들어지는 밈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밈코인은 ‘탈중앙화’라는 속성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오피셜 트럼프는 대부분의 물량을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갖고 있어 탈중앙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오피셜 트럼프의 발행 주체는 트럼프 개인회사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의 계열사와 새로 설립된 회사인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LLC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공급량의 80% 가량을 갖고 있다. 오피셜 트럼프의 전체 공급량 10억개 중 8억개가 트럼프 관련 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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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게티이미지뱅크] |
업계에서는 오피셜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 충돌 소지가 있으며 가상자산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은 오피셜 트럼프 코인이 발행된지 사나흘 만에 이를 앞다퉈 상장시켰다. 투기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코인원은 오피셜 트럼프가 발행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20일, 빗썸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오피셜 트럼프를 각각 상장했다.
오피셜 트럼프는 빗썸에서 상장 직후인 지난달 22일 최고가인 7만1650원을 기록했으나, 6일 오전 8시 기준 2만8230원으로 60.6% 대폭 하락했다.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 기준 빗썸에서 오피셜 트럼프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745억원(약 5155만 달러)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빗썸은 가격 급락에도 수수료로만 하루에 5960만원을 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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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거래소의 무분별한 상장에도 금융당국은 아무런 제재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상장은 거래소의 자율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에 거래소가 책임감을 갖고 상장 기준을 세워 투자 위험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뚜렷한 사용처가 없는 밈코인을 발행된 지 사나흘 만에 상장시켰다는 건 부실 심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오피셜 트럼프 가상자산 설명서 역시 매우 짧고 간략한 정보만이 적혀 있어 투자자들이 해당 코인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거래소는 절차대로 상장했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와 업계에선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무리한 상장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계가 FTX 사태 이후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인기에 영합한 수익 극대화만 추구하는 거래소의 행태는 또 한 번 가상자산 업계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