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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대통령실에서는 그동안 “대왕고래에 이번 정부의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터라 실망감이 역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까지 프로젝트 발표를 두고 “정무적 영향이 개입됐다”고 밝히면서 이번 결과를 둘러싼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7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실망감이 역력히 흐른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난해부터 “대왕고래 프로젝트만 잘 나오면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는 간절함이 컸다. 임기 내내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갈등, 낮은 지지율과 싸워온만큼 이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국정 난맥상을 극복할수 있다는 기대였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이에 대한 절박함은 더욱 커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거론하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했다.
이같은 브리핑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도 긴급하게 일정이 공지가 됐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브리핑 배석 소식을 산자부에서 직전에야 인지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부처 패싱’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면전환용”이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성공확률은 20%. 이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의 표정과 눈빛을 보는 순간 참모들조차 직접 브리핑에 나서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고 한다. 핑크빛 미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노르웨이처럼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수익이 나더라도 기금을 만들어서 관리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대국민담화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삭감이 언급된 것만 봐도 얼마나 기대감이 컸는지를 엿볼수 있다. 전일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탄핵, 재정 부담이 되는 일방적 입법, 예산의 일방적 삭감 등을 종합적인 계엄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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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릴의 시추선 웨스타카펠라호가 지난해 12월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사진=한국석유공사] |
그동안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만큼 결과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로서는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만큼 여론전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사안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일 산업부 발표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의 예산 감액 등을 통해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해온 터였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전일 브리핑에서 “현재 결과로는 대왕고래 전체 가스포화도가 높지 않아서 대왕고래 추가 탐사시추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첫 발표는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장관의) 비유가 많이 부각됐다”고도 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정도”라고 정부는 밝혔었다. 대통령실은 국정브리핑 소개내용을 고민하던 당시 저 비유를 듣고서야 흡족해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침묵을, 여권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SBS라디오에서 “앞으로 시추를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저는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호수 위 달그림자였다”며 “대왕고래와 내란의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