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하던 집이 4억?” 노도강 영끌 청년 ‘눈물의 급매’ 낼 때, ‘강남 대형’은 20개월 연속 상승[부동산360]

노원 상계1단지 아파트.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정주원 기자] #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에서는 지난달 16일 전용 70㎡ 매물이 4억200만원(8층)에 팔렸다. 2021년 최고가(6억8000만원, 11층) 대비 3억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방학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같은 평형이 3억 후반대 가격 얘기가 오가는 경우도 봤다”면서 “뚝뚝 떨어지는 것만 거래되는 분위기다 보니 부동산들도 정말 팔 거면 가격을 좀 빼셔야 한다고 먼저 말하는 편”라고 전했다.

# 노원구 상계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씨는 “집이 안팔리니 집주인들이 먼저 매매가를 낮추자고 한다”면서 “급매만 나간다는 건 공식이 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선 최근 미도아파트 국민형평(전용 84㎡)이 최초 호가보다 5000만원 내린 7억3000만원에 나갔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는 하지 않았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이어진 집값 상승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해 집을 샀던 이들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부담되자 값을 내려 서둘러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 그 중에서도 규모가 큰 초고가 아파트는 오히려 매매가가 20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몸값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5억 넘던 아파트, 2억이 뚝” 노도강 값 내려도 주인 기다리는 매물 쌓여


서울의 한 부동산에 급매 물건 광고가 붙어 있다. 김희량 기자


구축 단지로 가격이 저렴해 2030 영끌족 매수가 늘었던 노원구 상계주공 1단지에선 지난달 31일 전용 32㎡ 매물이 3억4000만원(5층)에 새 주인을 만났다. 최고가(5억5000만원) 대비 2억이 떨어졌다. 같은 단지의 전용 41㎡ 매물도 지난달 19일 4억원(14층)에 팔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해당 매물의 첫 호가는 4억5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구 번동솔그린의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22일 최고가 대비 1억7000만원 내린 5억7500만원(19층)에 주인이 바뀌었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22년 초 추석 전에는 6억 중후반은 갔던 매물들이 이제는 6억원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거래가 많지 않다 보니 이자 부담에 실거주하던 분들도 내놓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노원구에선 팔리지 않아 쌓이는 매물이 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노원구의 매매 물량은 5944건으로 1년 전(5322건) 대비 약 12%가 늘었다. 신고된 거래량도 감소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1월 아파트 거래량(5일까지 계약일 신고 기준)을 살펴보면, 노원은 128건으로 1년 전(193건)보다 65건 줄었다. 도봉(98→51건), 강북(41→31건)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미도아파트 단지. 김희량 기자


‘같은 서울인데 딴 세상’ 강남 대치동 대형 아파트는 나오는 족족 팔려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이자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을 내놓는 것과 달리,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급이 적은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흐름이 두드러진다.

1월 KB부동산의 전용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강남11개구의 대형 아파트(전용 135㎡ 초과)는 해당 통계 집계 후 최대치인 107.5(2022년1월=100)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99.5로 저점을 찍은 뒤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거듭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아파트 모습. 정주원 기자


실제 서울 주요 상급지 중에서도 이른바 ‘강남3구’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대형 평수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전용 244㎡는 지난달 73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도 지난해 11월 52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164㎡는 11월 68억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인 2021년 5월에 기록한 48억9000만원보다 20억원 가까이 올랐다.

현장에서는 최근 설 연휴 지나고 나서부터 큰 평수 문의가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도곡 T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타워팰리스의 경우 전용 163㎡(60평대)를 찾는 분들이 설 지나고서부터 많아졌고, 펜트하우스도 전화로 문의하는 분도 있다”면서 “다만 큰 평수는 매물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모습. 김희량 기자


인근 W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 매물이 이달 기준으로 세 개 있다. 설 연휴 시작 전인 1월 중순에 처음 나왔다”며 “래대팰에서도 대형 평수의 인기가 높아져서 나오자마자 족족 팔린다. 현재 매매 호가가 가장 저렴한 건 55억원이고, 그게 팔린다면 다음 매물은 60억원 정도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끼리도 모시기에 나설 만큼 경쟁이 붙은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더 커진 소득격차와 희소성 측면에서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민과 자산가들의 자금력 차이에 따른 주택 편차가 대출 규제등으로 인해 더 벌어진 상황”이라며 “자산가들이 희소성을 보고 대형아파트를 선호하게 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고, 중저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는 여전히 대체 수단이 많아 재고 물량이 쌓여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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