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세금 내고 韓에 또 내고…연금계좌 ETF ‘이중과세’에 사흘 만에 개미들 259억 뺐다 [투자360]

4~6일 美 배당 ETF 대표 4종서 개미 이탈세 확연
올해 1월부터 해외투자 ‘先 환급 後 원천징수’ 폐지
연금계좌 ‘과세이연’ 효과 사라지는 효과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여유 있는 국민 노후를 위해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받던 절세 계좌의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 ‘과세 이연’에 따른 복리 효과가 사라질 상황에 놓였다는 소식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표 미국 배당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빼는 모양새다. ‘이중과세’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 속에 우선 자금을 뺀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으로 읽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해외투자형 펀드의 연금계좌 세액공제가 줄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3거래일간(4~6일) 개인 투자자는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대표 4종에서 총 259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앞서 일간 100억~200억 규모로 꾸준했던 개인 순매수액은, 논란이 불거진 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엔 40억원 순매수세로 확연히 줄었다. 이후 지난 5일엔 56억원 순매도세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전날 하루에만 순매도액은 243억원에 달했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가운데 순자산이 가장 큰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의 경우엔 지난 5~6일 이틀 동안 211억원 규모의 개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개인 투심이 눈에 띄게 식은 것은 지난 2021년 정부가 추진했던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이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5거래일간 주요 美 배당 ETF 일간 순매수액


그동안에는 간접투자회사(투자회사·투자신탁 등 집합투자기구)가 국외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외국에서 세금을 징수당한 경우, 국내 과세 관청이 외국 세금을 먼저 간접투자회사에 환급해 준 뒤 간접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배분할 때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 하는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펀드가 투자자에게 배당 소득을 지급할 때 국내 세율을 적용한 세액에서 외국납부세액을 차감한 금액만큼만 원천징수 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사서 주식 배당금을 재원으로 하는 분배금을 받게 될 경우, 기존에는 미국 정부가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세율 15%) 하면 국세청이 펀드에 해외에서 낸 세금만큼을 환급(한도 14%)해 주고, 투자자가 펀드에서 분배금을 받을 때 국내 세율(14%)에 맞춰 원천징수를 했다.

올해부터는 미국에서 원천징수 된 뒤 국내 원천징수 세율과의 차액을 추가 징수하는데, 미국의 세율이 15%로 국내 세율보다 높으므로 추가 징수는 없다.

만약 일반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ETF에 투자했을 경우 중간 과정만 바뀌었을 뿐 결과적으로 받는 액수는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연금 계좌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계좌는 투자 소득 수령 시기(나이)에 따라 연금소득세 3∼5%가 붙는다. 결국 연금 계좌에서 미국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분배금을 받을 때 미국 정부에 원천징수 당한 뒤 이를 연금으로 받을 때 한국 정부에 또 연금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세금을 총 2번 내게 되는 것이다.

또 분배금을 받을 때마다 미국 세율로 원천징수 되기 때문에 ‘과세이연’ 효과도 사라진다. 일반 계좌 대비 연금 계좌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 은퇴준비자가 퇴직연금 설계하고 있는 모습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비슷한 문제가 있으나(과세이연+만기 시 9% 저율 과세) 상반기 중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실무 가이드라인을 업계와 기재부가 만들고 법령 정비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세액공제 방식이 바뀌며 오는 7월 종료 예정이었던 해외 주식형 토털리턴(TR) ETF의 배당 재투자도 사실상 종료됐다.

월배당 ETF의 경우 당장 올해 1월 연금으로 수령하는 분배금부터 이중과세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기재부는 금융투자협회와 퇴직연금사업자 등과 함께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제도가 복잡해 최소 올해 안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계좌는 손익을 통산하고 소득이 생겨도 과세를 유예했다가 투자자가 연금 수령 시기가 되면 저율로 과세하는 특징이 있는데, 여기에 외국납부세액 공제까지 적용하면 시스템 구축이 지나치게 난해해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관련 세제 개편은 과도한 혜택을 합리적으로 바꾼 것이란 입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에서 더 이상 배당형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 셈”이라며 “중장기적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정책이 무력화하는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