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産 원유 관세인상…국내정유사들에겐 ‘기회’

美 관세 부과 시 亞 수출 증대 가능성
캐나다산 원유, 트럼프 취임후 가격↓
SK이노 “도입 계획…경제성 지속 검토”
HD현대 “국내 정유기업에 좋은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AFP]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실제로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 조정 요율대로 부과시 국내 정유회사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회피 차원에서 캐나다가 아시아 수출을 늘리면, 국내 업체들은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캐나다산 원유 도입 검토 및 가격 모니터링에 본격 나설 태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4일부터 원유를 비롯한 캐나다산 에너지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지난 3일 이를 30일간 유예키로 결정한 상태다.

미국은 원유 수입 중 60%가 캐나다산으로 이중 74%가 중질유로 알려졌다. 미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자국 원유 생산의 70% 이상이 경질유인 탓에 캐나다산 원유와 같은 중질유가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관세 인상은 미국 내 석유 수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세로 인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캐나다산 원유 중 일부는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역내에 캐나다산 원유 공급이 증가하면 보다 저렴한 원유를 도입하게 되는 국내 정유사들은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

캐나다산 원유 가격은 트럼프 취임 이후인 지난 1월20일 배럴당 65달러에서 현재 60달러로 약 8% 하락했다. 지난 6일 북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1달러, 두바이 원유는 배럴당 78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정유사 가동률이 일부 감소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며 정제마진도 개선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증권가에 따르면 작년 캐나다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500만배럴로, 자국 소비를 제외한 약 440만배럴이 수출된다. 이 중 80% 이상이 육로를 통해 운송되고 있다. 부족한 해상 수출 시설만 확충되면 과거 유럽으로 향하던 러시아산 원유가 제재를 피해 중국과 인도로 흘러갔던 것처럼 캐나다산 원유 역시 미국 이외 지역으로 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유사들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입에 전량 의존하는 한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입국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 1분기 미국산 도입 비율은 약 25% 수준”이라며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산 원유와 캐나다산 원유의 가격 차에 따라 경제성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HD현대오일뱅크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 인상 영향에 대해 “국내 정유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캐나다 원유는 일부 미국 정유 기업에서 쓰이고 있었는데 관세 부과로 인해 이들 기업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제품 시황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시장에 많이 공급돼서 증질유 원유를 원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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