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무라타 “올해 수요 2배 이상↑”
2위 삼성전기, AI·전장용 MLCC 공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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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장의 팽창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도 올해 성장이 예상된다. [챗GPT로 제작]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또한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IT업계가 AI 기능을 탑재한 전자기기를 앞다퉈 출시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MLCC 신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MLCC 1위 기업인 일본 무라타는 최근 2024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AI 서버 관련 MLCC 수요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나카지마 노리오 무라타 사장은 “AI 서버에 사용되는 MLCC 수가 기존 서버보다 8배에 달해 AI 붐에 따른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라타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올해 MLCC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서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PC,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이다.
무라타가 세계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23% 수준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무라타와 함께 삼성전기가 과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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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라이다용 초소형 고전압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삼성전기 제공] |
최근 스마트폰과 PC 수요의 부진은 MLCC 업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AI 서비스의 빠른 팽창은 MLCC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AI 기능을 탑재한 PC,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특히 고용량 MLCC가 수혜를 누리고 있다. AI PC만 하더라도 탑재되는 MLCC 수가 일반 PC보다 약 1.5~2배 더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도 고성능 MLCC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MLCC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성장했는데 삼성전기의 고성능 MLCC 판매 실적이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AI 인프라와 더불어 고용량·고성능 MLCC를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다. 최근 자동차의 전장화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MLCC는 ‘자동차 산업의 쌀’로도 불리고 있다.
자동차의 동력전달·안전·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등을 위해 탑재되는 MLCC는 4000개에서 최대 2만개에 달한다. 가격도 3배 이상 비싸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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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0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사업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2023년에는 중국 텐진 MLCC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힘을 실어줬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AI 서버와 자율주행에서의 MLCC 채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대응 가능한 초소형 및 고용량 MLCC를 생산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삼성전기의 수혜를 전망했다.
무라타 역시 “AI 서버 및 전장용 고성능 MLCC 수급이 타이트하다”하고 언급해 올해 고성능 MLCC 수요의 강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올 1월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메모리 다음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전자부품 중 하나가 MLCC”라며 “MLCC의 종류가 워낙 많고 기술 난이도가 상당히 있어 중국 기업들이 쫓아오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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