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도 아디다스도 놀랐다…‘잡스 운동화’의 대반전 [언박싱 프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일순간에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메가 브랜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유통가의 속사정, [언박싱 프로]를 통해 들려드립니다.

 

애플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앉아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뉴발란스의 핵심은 퍼포먼스(성능) 브랜드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 산업은 성능과 패션의 교차점이며, 그 교차점이 에너지가 있는 곳입니다.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문화적으로 관련성이 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가 입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 프레스턴 뉴발란스 CEO)

2024년 11월 3일 미국 타임지 인터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검은색 터틀넥 니트와 청바지, 회색 운동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뉴발란스’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이미지였습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새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소개할 때마다 입었던, 이른바 ‘잡스 룩’이죠. IT 혁신을 이끄는 그가 선택했기 때문일까요. 국내 소비자에게 뉴발란스는 디자인이 투박하지만, 기능은 좋아 보이는 브랜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브랜드가 한국에서 제대로 일을 냅니다. ‘530’, ‘408’, ‘993’…. 1020세대에게는 모델 넘버만 얘기해도 아는 그런 브랜드가 됐습니다. 매출은 최근 5년 사이 2배가 뜁니다. 연 매출은 이제 1조원이 넘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오랫동안 양분하던 운동화 시장의 판도까지 뒤흔들었습니다. 1등 나이키의 아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위협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기적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이번 [언박싱 프로]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 뉴발란스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120년 역사의 시작은 ‘닭발’?

“불균형한 발에 새로운 균형을 창조한다.” 1906년 미국 보스턴의 청년 윌리엄 라일리는 마당에 있던 닭을 보고 신발 사업에 뛰어듭니다. 닭이 삼각대처럼 생긴 발로 균형을 유지하며 걷는 것에 영감을 받아 발바닥의 아치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신발 깔창 ‘아치 서포트’를 개발한 것이 뉴발란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신발 박스에 닭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뉴발란스 신발 박스 안쪽에 그려진 닭 이미지 [ebay 계정 @p_home_store]

처음엔 하루 내내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아치 서포트를 주로 제작하던 뉴발란스는 1960년 다양한 발볼로 만든 첫 기능성 운동화 ‘트랙스터’를 통해 러닝화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구불구불한 물결 모양의 밑창을 처음 시도했죠. 하지만 아직은 작은 공방에 가까웠습니다. 현재 뉴발란스 회장인 짐 데이비스가 1972년 뉴발란스를 10만달러에 인수할 때까지만 해도 6명의 직원이 하루 20~30켤레의 신발을 만드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뉴발란스가 경쟁력 있는 운동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1976년 출시한 ‘320’ 모델이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시그니처 디자인인 ‘N’ 로고를 처음으로 장착한 ‘320’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죠. 별도의 모델명이 아닌 모델 넘버로 부르게 된 것도 ‘320’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운동복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뉴발란스는 스포츠 브랜드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뉴발란스 모델 넘버의 의미를 아시나요? 보통 3~4자리 숫자로 이뤄진 모델 넘버 앞 1~2자리는 품질을 나타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기능과 품질이 좋다는 의미죠. ‘530’의 ‘5’, ‘1500’의 ‘15’를 보시면 됩니다. 뒤에 붙은 2자리 숫자는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40’은 안정성과 쿠션감, ‘90’은 스피드, ‘00’은 시합용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라는 뜻입니다.

 

비싸서 관심을 받은 ‘100달러’ 운동화

1982년에 발매한 ‘990’은 기념비적인 모델입니다. 1000점 만점에 990점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화제였죠. 같은 해에 출시된 나이키의 ‘에어포스 1’ 모델이 89.95달러였는데 ‘990’은 100달러였습니다. 100달러짜리 운동화는 뉴발란스가 처음이었죠.

1982년 출시된 뉴발란스 ‘990’ 광고 이미지

3년 뒤에 출시된 ‘1300’은 가장 비싼 운동화의 기준을 130달러로 더 높여버립니다. 나이키가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협업해 같은 해 발매한 ‘에어조던 1’이 65달러였죠. 어떻게 이런 가격 책정이 가능했을까요. 무엇보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을 겁니다. 짐 데이비스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죠.

“우리는 경쟁사 중 가장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 번 뉴발란스를 신으면 거의 떠나지 않습니다. 고객들에게 신발이 잘 맞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발볼을 다양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경쟁사들도 비슷한 일을 해야 했죠. 하지만 우리만큼 하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는 동안 뉴발란스는 ‘99X’ 시리즈를 확장하며 고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확고히 다집니다. 경쟁 브랜드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명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기용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때도 뉴발란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습니다. 그 대신 비싸지만, 성능이 좋은 이미지로 입소문이 퍼져 나갔죠.

미국의 힙합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가 2001년에 발표한 ‘버깅 아웃(Buggin’ Out)’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난 좁은 길을 피하려고 뉴발란스를 신지.(I sport New Balance sneakers to avoid a narrow path)” 당시 뉴발란스 운동화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나요?

뉴발란스가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뉴햄프셔주 런던데리 공장 조감도 [뉴발란스 웹사이트]

다른 스포츠 브랜드들이 운동화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싼 동남아 지역으로 옮길 때도 뉴발란스는 미국·영국 내 생산을 고집했습니다. 뉴발란스는 여전히 미국에서 연간 400만켤레 이상의 운동화를 생산하는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20만~30만원대 프리미엄 ‘99X’ 라인은 미국과 영국에서 생산되며 ‘메이드 인 USA’, ‘메이드 인 잉글랜드’ 라벨이 붙습니다. 이 라벨은 뉴발란스의 장인정신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죠. 매 시즌 꾸준히 구매하는 마니아도 확보했습니다.

뉴발란스가 회색 스웨이드 운동화를 중점적으로 생산한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디자인보다 품질에만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글로벌 금융회사 웰스파고가 과거 뉴발란스를 분석한 리포트를 볼까요. “나이키와 리복은 패션 시장을 잡으려고 하지만, 뉴발란스는 러닝화에서 신뢰와 성능을 고수하는 전략을 편다.”

뉴발란스 ‘990v6’에 표시된 ‘메이드 인 USA’ 라벨 [뉴발란스 웹사이트]

 

‘아빠 신발’ 대명사에서 Z세대 필수템으로

기능성 운동화 이미지가 강하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트렌드와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미국에서는 백인 중년 남성들이 주로 신는다고 해서 ‘아빠 신발(Dad Shoes)’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 ‘1500’을 즐겨 신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공식 석상에서 ‘991’, ‘992’를 착용한 잡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재밌는 변화가 나타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18~24세 소비자의 뉴발란스 브랜드 선호도는 2022년 34%에서 2023년 52%로 18%포인트나 뜁니다. 25~34세의 선호도도 46%에서 48%로 오르죠. 35~54세(42%→40%), 55세 이상(48%→47%)에서 선호도가 소폭 줄어든 것과 정반대입니다.

유행을 가늠하는 지표인 리셀(재판매)도 활발합니다. 세계 최대 운동화 리셀 플랫폼인 스톡엑스(StockX)에 따르면 뉴발란스는 2021~2022년 거래량이 200%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2022~2024년 뉴발란스는 나이키, 조던, 아디다스에 이어 4위를 유지합니다.

뉴발란스가 2019년 공개한 ‘990v5’ 캠페인

여기엔 2019년부터 본격화된 레트로(복고) 트렌드가 한몫했습니다. 아빠 신발이 ‘힙’하게 보이는 시대가 때마침 도래한 것이죠. 뉴발란스가 2019년에 ‘990v5’ 모델을 출시하며 낸 캠페인 문구도 참 절묘합니다. ‘런던의 슈퍼모델과 오하이오의 아빠가 신는 신발’이라니요.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노력에 나선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에메 레온 도어(Aime Leon Dore) 등 운동화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힙한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나 오타니 쇼헤이(야구), 코코 고프(테니스), 자말 머레이(농구), 부카요 사카(축구) 등 Z세대가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 말이죠. 스포츠 스타 후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뉴발란스의 변신입니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78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성장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뉴발란스 CEO(최고경영자)인 조 프레스턴은 조만간 연매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죠. 그런가 하면 짐 데이비스의 아들인 크리스 데이비스 뉴발란스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스포츠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뉴발란스 로고 [이랜드 제공]

 

‘이효리 운동화’ 눈도장…16년 만에 국내 2등 ‘1조 브랜드’로

뉴발란스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계약을 맺은 2008년부터였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고 나온 ‘574’ 모델을 완판시키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아직 브랜드 전체가 후광을 입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위상이 절대적이었고 컨버스, 푸마, 리복 등 국내 시장을 먼저 공략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굳건했죠.

1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해 뉴발란스는 국내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넘기며 ‘메가 브랜드’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들여온 첫해인 2008년 매출액이 250억원 정도였는데, 무려 40배 성장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전개 중인 패션 브랜드 중 단일 브랜드로 ‘1조 클럽’에 입성한 이력이 있는 곳은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정도밖에 없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뉴발란스가 아디다스를 제치고 국내 2위 스포츠 브랜드로 올라섰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운동화나 운동복을 살 때 나이키와 동일선상에 놓고 고민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뉴발란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5~7위라는 점에 비춰 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죠. 이랜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매출 목표를 20% 올린 1조20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2020년부터 한국 특화상품 기획 직접 나서…‘530’ 열풍 점화

국내 시장에서 뉴발란스의 돌풍은 2020년부터 본격화됩니다. ‘530’ 시리즈가 신호탄을 쏘아올렸죠. 2020년 출시 후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300만족이 팔려나가며 뉴발란스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편안한 착용감과 다양한 차림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주인공입니다. 인기 있는 색상은 입고하자마자 다 팔려 해외직구를 하는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530’은 이랜드가 시작한 ‘한국시장 특화 상품 개발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기존에는 글로벌 본사가 국내 상품 기획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이랜드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본사와 소통하며 상품 개발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죠. 2010년 글로벌 본사가 내놓은 기능성 러닝화인 ‘530’을 출시 10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복각 상품으로 재출시한 것이었습니다.

이랜드가 2020년 한국에 재출시한 뉴발란스 ‘530’ [이랜드 제공]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이랜드 신발 기획 MD(상품기획자)는 신발의 밑창이 닳은 모습과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확인하며 인체공학적인 특성과 신발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또 20년간 신발 트렌드를 수집해 분석했죠. 그 결과 기능성 러닝화가 유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랜드는 2018년 11월 글로벌 본사와 킥오프 미팅을 시작하고 이런 트렌드 예측을 전한 뒤 ‘530’ 재출시에 나섰죠.

‘530’ 이후로 ‘327’ 시리즈(2020년 출시), ‘2002’ 시리즈(2020년 출시), ‘610’ 시리즈(2022년 출시) 등 ‘한국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연이어 히트를 쳤습니다. 모두 이랜드가 뉴발란스 글로벌 본사에 한국 시장 분석 보고서를 공유하고 상품 기획을 먼저 제안해 성공시킨 모델들입니다.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를 앞세운 우먼스 라인도 빼놓을 수 없죠. 한국 여성 소비자들이 즐겨 하는 요가, 필라테스, 러닝 관련 시장 공략을 위해 2016년부터 김연아를 앰버서더로 기용하고 관련 의류 상품군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우먼스 라인의 대표 패딩 상품인 ‘연아 다운’은 2016년 출시 첫해에만 10만장이 팔렸습니다. 우먼스 라인을 포함한 의류·잡화 기획이 없었다면 ‘530’의 역제안도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뉴발란스 국내 매출액

 

직영 중심 유통 전략도 한몫…국내 맞춤 기획 전진기지로

한국 시장의 성공 공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통 전략의 차별화도 눈에 띕니다. 뉴발란스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JD스포츠’, ‘풋락커’ 같은 대형 홀세일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상당 부분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비유해보면 슈즈 멀티숍 ‘ABC마트’를 통해 주로 제품을 판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런 파트너사는 광범위한 유통망과 높은 소비자 접근성을 제공하는 만큼, 입점 브랜드에는 안정적인 판로가 될 수 있겠죠.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이랜드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더불어 직영 매장 중심의 운영 방식이 주효했습니다. 이랜드는 뉴발란스 전개 초기부터 D2C(직접판매)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했는데요. 현재 성수, 명동, 홍대, 강남 등 8개 직영 매장과 백화점 단독 매장을 포함해 약 2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홀세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한국 시장을 철저히 연구할 수 있었고, 국내 맞춤형 상품 기획도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이랜드 제공]

사실 이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를 성공적으로 전개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1994년 한국 론칭 첫 해 매출 100억원 수준이었던 푸마는 이랜드의 인큐베이팅 속에 2007년에 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가 이후 직진출을 선언했죠. 연이은 현지화 성공 사례에 현재 5~6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이랜드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이랜드 뉴발란스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취향과 체형 및 국내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 색상을 고려한 상품을 기획하고, 홀세일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영 체제 중심으로 뉴발란스를 운영하며 1조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뉴발란스는 1980년부터 쌓아온 이랜드의 브랜드 운영 노하우와 국내 영업력이 총동원되어 꽃피운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마케터들 “한국 뉴발란스에서 배우자”

글로벌 패션 트렌드에서 뒤처지기 싫은 국내 소비자들은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 트렌드에 맞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530’도 국내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아시아, 미국 유럽 등으로 인기가 확산되며 K-패션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뉴발란스의 마케팅도 글로벌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발매한 ‘740’ 시리즈는 바이럴이나 셀럽 마케팅 없이 ‘모던 Y2K’ 콘셉트의 흑백 화보 콘텐츠만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론칭 8분 만에 품절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앞서 2018년 노리타케, 2020년 작가 전황일, 2021년 모베러웍스 등과의 의류 협업도 현재까지 회자되는 마케팅입니다. ‘아빠의 프사를 바꿔주자’는 콘셉트로 중년 남성들의 화보를 촬영한 2019년 9월 ‘아빠의그레이’ 프로젝트는 뉴발란스를 국내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대표적인 마케팅 캠페인입니다.

뉴발란스 앰버서더 윈터와 함께 진행한 2024년 겨울 캠페인 화보 [이랜드 제공]

이에 K-패션 트렌드의 영향력이 큰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는 물론 글로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뉴발란스 마케터들이 앞다퉈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M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과 컬래버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 뉴발란스의 마케팅 전략을 배우고 가는 거죠.

중국 뉴발란스 마케터는 최근 MZ 여성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마친 서울 성수동 ‘윈터 유니버스’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한국 뉴발란스 마케팅 부서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는데요. ‘740’ 중국 론칭 준비를 할 때도 한국과 협의하며 마케팅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국 뉴발란스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오늘 들려드린 뉴발란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뉴발란스는 올해도 한국에서 20% 성장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유통가 이야기를 담은 [언박싱 프로]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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