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 “韓경제 하방리스크 우세…정치, 금융시장까지 뒤흔들 수”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 발표
성장률 전망 2% 제시…물가도 2%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권고
건전재정기조·구조개혁 필요성 강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경제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으며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투자·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 현황판에 표시된 원/딜러 환율. [연합]

정치 불확실성·미 신정부 정책 변화…하방리스크 요인 곳곳에

이번 보고서는 IMF 한국 미션단이 지난해 11월 7~20일 한국을 찾아 주요 정부부처와 관계기관과 실시한 연례협의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IMF는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필요한 정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IMF는 “2025년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주요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 미국 신정부 정책 변화 ▷반도체 수요 약세 ▷주요 무역 상대국 경기 부진 ▷지정학적 분쟁 심화 등을 지목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는 투자·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 성장률 수준인 2.0%를 제시했다. 견조한 수출과 민간 소비, 투자의 완만한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IMF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내놓은 수치와 동일하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2.0%)에 대해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1.4% 성장에 그친 전년에 비해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지난해 2.4%에서 올해는 물가 안정목표(2.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수준으로 확대됐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소비 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 영향 등으로 올해 3.6%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 둔화에 물가 하락 가파르면…“추가 재정지원 고려해야” 권고

IMF는 정책 대응 방향과 관련해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 ▷건전재정 기조 지속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전히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 위험 요인 등을 고려해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를 권고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통화정책은 적절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한국 정부의 건전재정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미래 지출 압력 대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건전재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하방 리스크 현실화로 성장이 둔화하고 목표 수준 이하의 물가 하락이 발생하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고려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는 외부 충격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GDP 대비 43.9% 수준인 순대외금융자산(NIIP)도 대외 건전성을 지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주택시장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부문도 잠재적 불안요인이 있으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 주택 공급 확대, PF 연착륙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기업 밸류업(가치제고)과 외환시장 구조개선 정책에 대해서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외환시장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2년 10월과 지난해 12월 시행한 시장 안정화 조치는 급격한 시장 혼란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으나, 시장이 정상화하면 바로 종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도전요인 대응을 위해 구조개혁 노력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주거·교육·육아 부담 완화를 통한 출산율 제고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우수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서비스 부문 규제 개선과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를 통한 생산성 제고, 연금개혁, 재정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효율화, 기후 변화 대응 노력 강화 등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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